김경오 셰프, 소금빵 1400원에 굽다…“빵은 사치가 아니라 일상의 행복”

경기 파주 회동길에서 베이커리 ‘따순기미’를 운영하는 김경오 셰프가 소금빵을 1400원에 판매하며 가격 인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일부 제품은 행사 기간 800원에 내놓기도 했다. 김 셰프는 “소금빵 원가는 약 400원이지만 각종 비용이 더해진다”면서도 “손님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싶다”고 밝혔다.
국내 제과 가격은 최근 수년간 가파르게 상승했다. 글로벌 생활비 통계 사이트 눔베오에 따르면 한국 식빵 가격은 약 2.98달러(한화 약 4300원) 수준으로 아시아 상위권이다. 최근 5년간 빵값 상승률은 30% 후반대를 기록했다. 원재료 가격 인상, 유통 구조, 인건비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김 셰프는 ‘저가 전략’이 아닌 ‘합리적 가격’ 기조를 택했다. 네이버 등 공개 정보에 따르면 따순기미의 단팥빵과 소금빵은 상시 할인 시 1400원 안팎, 소보로빵은 1200원대에 판매된다. 이는 대형 프랜차이즈 평균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가격을 낮춘 이유…“코로나 이후 초심으로 돌아갔다”
김 셰프는 과거 매출이 크게 늘던 시기도 있었다고 한다. 한때 연 매출 수백억 원을 기록할 만큼 브랜드가 성장했다. 특히 ‘수박식빵’은 출시 직후 전국적 화제를 모았고, 하루 매출이 수천만 원에 달한 적도 있다. 해외 업체로부터 로열티 제안을 받았지만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시기 경영 위기를 겪으며 방향을 재정립했다. 그는 “손님 덕분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가격을 낮추고, 매장 운영 방식을 조정했다.
빵의 원가 구조는 단순하지 않다. 밀가루·설탕·버터 등 원재료비 외에도 인건비, 임대료, 공공요금, 물류비가 포함된다. 업계에서는 원가 대비 3~4배 가격 책정이 일반적이다. 김 셰프는 이 간극을 최대한 줄이는 방식을 택했다.
재료 철학과 생산 방식…“90%는 직접 만든다”
따순기미는 단팥소, 고구마 필링 등 주요 재료를 자체 생산한다. 일부 필수 유제품을 제외하고는 가공품 사용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밀가루 역시 유기농 원료를 사용해왔다. 국내산 밀을 쓰다가 품질 문제로 프랑스산 유기농 밀을 일부 배합하는 방식으로 조정했다.
김 셰프는 “빵은 건강식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덜 부담되는 재료를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마케팅 요소라기보다 제조 철학에 가깝다. 실제로 지역 내에서는 ‘맛과 가성비’를 동시에 갖춘 매장으로 알려져 있다.
지역사회 환원…독거노인 4000명 지원, 매주 1000개 이상 무상 제공
김 셰프는 파주 지역 봉사단체 후원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독거노인 약 4000명을 대상으로 정기 지원에 관여하며, 매주 1000~1500개가량의 빵을 무상 제공한다. 저소득층 아동을 위한 기부도 10년 이상 이어왔다.
이 같은 행보는 개인적 배경과 맞닿아 있다. 김 셰프의 어머니는 과거 작은 식당을 운영하며 인근 아동시설 아이들에게 음식을 나눴다고 한다. 그는 “굶는 아이는 없어야 한다는 말을 어릴 적부터 들었다”고 회상했다.
지역 상권 관계자들은 “상업성과 공공성을 함께 고민하는 드문 사례”라고 평가한다. 단순한 이벤트성 기부가 아니라, 생산과 판매 구조 안에 나눔을 포함시키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빵지순례 명소’에서 생활 빵집으로
따순기미는 한때 ‘빵지순례’ 명소로 전국적 인기를 끌었다. 현재는 관광형 소비보다 지역 기반 소비에 무게를 둔다. 김 셰프는 매장에서 직접 반죽하고 손님을 맞는다. 직원 교육에서도 ‘인사’와 ‘태도’를 가장 먼저 강조한다고 한다.
그는 “기술만으로는 맛을 완성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 발언은 감성적 표현이지만, 경영 전략 측면에서는 고객 경험 관리에 가깝다. 제품 경쟁력과 서비스 태도를 동시에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남은 질문…지속 가능성
저가 정책은 매출 확대 또는 비용 절감이 병행되지 않으면 유지하기 어렵다. 김 셰프는 “규모보다 지속을 택하겠다”고 밝힌다. 가격을 낮추되 품질은 유지하는 구조를 얼마나 오래 이어갈 수 있을지가 향후 관건이다.
그의 선택이 업계 전반의 가격 구조를 바꾸지는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 한 동네에서는 빵이 다시 ‘가벼운 간식’이 되고 있다.
새벽 4시 30분, 파주의 한 골목에서 시작되는 굽는 냄새는 거창하지 않다. 다만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시작하는 작은 위로가 된다. 김경오 셰프가 굽는 것은 빵이지만, 그가 지키려는 가치는 ‘접근 가능한 행복’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