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이 끝나면 먼저 나눴다
![6년간 기부 이어온 정경주(가운데) 이장 [나주시 제공]](https://santanews.cdn.presscon.ai/prod/140/images/20251215/1765726372895_575842264.jpg)
전남 나주시 남평읍 인암마을의 정경주 이장이 올해도 직접 농사지은 쌀을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했다. 정 이장은 최근 백미 10kg들이 50포대, 총 500kg을 남평읍 행정복지센터에 전달했다. 쌀 기부는 2020년부터 올해까지 6년째 이어지고 있다.
정 이장은 60여 세대가 거주하는 인암마을에서 벼농사를 지으며 10년 넘게 이장으로 봉사해 왔다. 기부에 사용된 쌀은 모두 정 이장이 직접 재배한 수확물이다.
해마다 수확 직후, 말없이 이어진 기부
정 이장의 기부는 수확이 끝나는 시점에 맞춰 진행돼 왔다. 첫해였던 2020년에는 60포대를 기탁했고, 이듬해에는 80포대로 규모를 늘렸다. 최근 3년간은 김장철을 맞아 농협 주부대학을 통한 김장 나눔에도 매년 30포대씩 별도로 후원하고 있다.
올해는 작황이 좋지 않아 수확량이 줄었지만, 기부는 예외 없이 이어졌다. 정 이장은 수확을 마친 뒤 곧바로 쌀을 정리해 행정복지센터에 전달했다.
“수확은 혼자 끝내는 일이 아니다”
정 이장이 기부를 시작하게 된 배경에는 가족의 가르침이 있었다. 그는 “내 것을 나누면 사람들과 멀어지지 않는다”는 아버지의 말을 오래 마음에 새겨왔다고 주변에 전해진다.
정 이장은 매년 기부 과정에서 별도의 알림이나 행사를 만들지 않았다.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조용히 전달했고, 쌀은 관내 취약계층과 독거노인 가구 등에 배분됐다.
지역을 지키는 또 다른 방식의 봉사
정 이장은 이장으로서 마을 행정과 주민 간 소통을 맡아온 동시에, 개인의 몫을 지역으로 환원하는 방식을 선택해 왔다. 기부는 제도나 조직이 아닌 개인의 결심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지역사회에 의미를 더했다.
나주시는 “수년간 이어진 꾸준한 나눔이 지역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밥 한 공기에 담긴 마음
정경주 이장의 나눔은 거창한 구호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수확이 끝나면 이웃을 먼저 떠올리는 선택이었다.
쌀 한 포대는 겨울을 나는 식량이 되고,
꾸준한 기부는 마을의 신뢰가 됐다.
밭에서 시작된 손길은, 지금도 조용히 이웃의 식탁으로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