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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트럭 사고로 숨진 20대 청년…유가족, 장기 기증 이어 장제비 전액 기부

성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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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워준 곳에 돌려주고 싶었습니다”…비극 속에서 선택한 조용한 나눔
지난달 경기 부천시 제일시장에서 발생한 트럭 돌진 사고로 숨진 문영인씨의 유족이 23일 오정종합사회복지관에 장기 기증 지원금을 기부했다.[사진제공 오정종합사회복지관]
지난달 경기 부천시 제일시장에서 발생한 트럭 돌진 사고로 숨진 문영인씨의 유족이 23일 오정종합사회복지관에 장기 기증 지원금을 기부했다.[사진제공 오정종합사회복지관]

 

아버지의 생일상을 준비하러 나섰다가 사고를 당한 20대 청년의 유가족이 장기 기증에 이어 장제비 전액을 복지기관에 기부했다.
사고는 지난달 13일 경기 부천 제일시장에서 발생했으며, 유가족은 지난 23일 540만 원을 지역 복지관에 전달했다. 이 금액은 고인이 장기와 인체조직을 기증하며 지원받은 장제비 전액이다.


고(故) 문영인 씨(23)는 어머니와 함께 시장을 찾았다가 돌진한 1톤 트럭에 치였다. 사고 다음 날은 아버지의 생일이었다. 가족은 생일상을 준비하기 위해 평소와 다름없이 장을 보러 나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 씨는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고, 뇌사 판정을 받았다. 이후 가족의 동의로 심장과 폐, 간을 기증해 세 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문 씨는 선천적 지적장애를 갖고 태어났지만, 지역 복지관의 지원 속에 재활치료와 교육을 받으며 일상을 이어왔다. 특히 복지관 프로그램을 통해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


유가족이 장제비를 기부한 곳 역시 문 씨가 오랜 기간 이용해 온 복지관이다. 누나 문수진 씨는 “동생이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곳이라 늘 감사한 마음이 있었다”며 “운영 예산이 넉넉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돈이 다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복지관 측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슬픔 속에서도 나눔을 선택해 주신 데 깊이 감사드린다”며 “기부금은 취약계층 지원과 프로그램 운영에 책임 있게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사고를 낸 트럭 운전자 A 씨(60대)는 구속 상태로 기소돼 다음 달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해당 사고로 문 씨를 포함해 모두 2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서도 가족은 분노보다 선택을 먼저 했다.
아이를 키워준 지역사회에 다시 손을 내미는 방식이었다.
숫자로 보면 540만 원이지만, 그 안에는 23년의 시간이 담겨 있다.
누군가를 살리고, 또 다른 누군가를 돕는 연결의 고리.
비극의 끝에서 남은 것은 조용하지만 분명한 책임과 연대였다.

성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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