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부도 이겨낸 60대 가장, 세상에 남긴 마지막 선물
![뇌사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한 고 홍승제씨. [사진제공 한국장기조직기증원]](https://santanews.cdn.presscon.ai/prod/140/images/20250919/1758235019699_315885214.jpeg)
“내가 떠날 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고 싶다.”
고(故) 홍승제(65) 씨는 생전 늘 이렇게 말해왔습니다. IMF 외환위기 속에서 사업 부도를 겪고도 다시 일어나 가족을 지키며 살아온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누군가를 돕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지난 7월, 홍 씨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쓰러진 뒤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가족들은 그의 평소 뜻을 기억하며 장기기증을 결정했고, 그 결과 폐·간·신장 두 개가 이식되어 네 명의 환자가 새 생명을 얻게 됐습니다.
IMF의 그늘을 넘어선 재기와 책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난 홍승제 씨는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뒤 건설업에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는 그를 한순간에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사업 부도로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는 주저앉지 않았습니다.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강한 책임감이 그를 다시 일으켰습니다. 이후 인력사무소를 운영하며 묵묵히 삶을 이어갔습니다.
그는 투포환 선수 출신답게 강인한 체력을 지녔지만,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따뜻했습니다. 자식이 군대에 가거나 유학길에 오를 땐 눈물을 보였고, 연말이면 어려운 이웃과 보육원을 찾아 남몰래 기부를 이어갔습니다. 그에게 나눔은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삶의 일상이었습니다.
“빛과 기둥이 되어 살겠습니다”
홍 씨의 아들은 아버지를 떠나보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버지와 함께한 시간이 너무 짧게만 느껴집니다. 하늘나라에서는 편히 쉬시길 바라며, 아버지가 보여주신 삶을 본받아 사회의 빛과 기둥이 되겠습니다. 아버지, 너무나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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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은 삶을 넘어 이어진다
한 가장의 삶은 IMF라는 시대의 고난 속에서 흔들렸지만, 끝내 헌신과 책임, 그리고 사랑으로 완성되었습니다. 홍승제 씨의 마지막 선택은 단지 장기를 나눈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고 싶다’는 평생의 신념을 증명한 것이었습니다.
그가 남긴 선행은 가족의 기억 속에서, 그리고 새로운 생명을 얻은 사람들의 삶 속에서 계속 살아 숨 쉴 것입니다. IMF의 상처를 넘어 다시 일어섰던 그처럼, 그의 나눔 또한 누군가의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