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기획 / 대한민국 1인 가구 800만명 시대

‘혼자 사는’ 대한민국 — 1인 가구 800만 시대가 던지는 질문
대한민국의 가구 지형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한때 ‘결혼과 가족’이 삶의 기본 단위로 여겨졌던 사회는 이제 ‘혼자 사는 삶’을 전제로 재편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1인 가구는 804만5천 가구로 전체 가구의 36.1%를 차지했다.
세 가구 중 한 가구 이상이 혼자 사는 사회, 이는 더 이상 특이 현상이 아닌 구조적 변화다.
▮ 수도권 집중, 전국적 확산 — 달라진 인구 지도
1인 가구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전체 1인 가구의 42.7%가 서울·경기 지역에 거주하며, 가구 수 기준으로는 경기도(22.1%), 서울(20.6%) 순이다.
그러나 지역 내 비중으로 보면 서울은 전체 가구의 39.9%가 1인 가구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대전, 강원, 충북, 경북 등에서도 1인 가구 비중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연령 분포 역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 70세 이상 고령층이 19.8%로 가장 많지만, 29세 이하(17.8%), 30대(17.4%), 60대(17.6%)가 비슷한 규모를 형성한다. 청년층의 자발적 독립과 노년층의 비자발적 단독생활이 동시에 증가하는 ‘이중 구조’다.
▮ 주거·소득·고립 — 혼자의 삶이 안고 있는 현실
문제는 1인 가구가 감당해야 할 현실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이다.
1인 가구의 주택 소유율은 32.0%로 전체 가구 평균(56.9%)에 크게 못 미친다.
거주 형태는 단독주택(39.0%)과 아파트(35.9%)가 많지만,
상대적으로 열악한 주거 환경에 놓인 비중도 적지 않다.
경제적 여건도 빠듯하다.
2024년 1인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3,423만 원으로 전체 가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월평균 소비지출은 168만9천 원인데, 주거·광열비와 식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혼자 사는 비용’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저축과 여가, 건강 투자는 후순위로 밀리는 구조다.
여기에 사회적 고립이라는 문제가 겹친다.
혼자 산다는 사실 자체보다, 관계망이 단절될 때 위험은 커진다.
실제로 고독사 사례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이를 1인 가구 증가와 무관하지 않은 현상으로 본다.
▮ 1인 가구는 하나가 아니다 — 전문가들이 보는 핵심 진단
전문가들은 1인 가구를 단일한 문제 집단으로 접근하는 시각을 경계한다.
인구학자들은 ‘1인 가구는 청년·중장년·노년이 전혀 다른 이유로 혼자가 된 집단’이라며,
동일한 정책으로 대응할 경우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청년층은 주거와 고용 불안, 중장년층은 관계 단절과 소득 하락,
노년층은 건강과 돌봄 공백이라는 각기 다른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외로움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는다.
외로움은 단순한 감정 상태가 아니라 우울증, 신체 질환, 자살 위험과 직결되는 사회적 위험 요인이다.
특히 노년 1인 가구에서 외로움이 장기화될 경우
고독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가 나온다.
주거 분야 전문가들은 현재의 주택 정책이 여전히 가족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이로 인해 1인 가구는 민간 임대시장이나 소형·노후 주거로 밀려나기 쉽고, 이는 빈곤의 고착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 혼자 살 권리는 존중 — 그러나 혼자 버티게 해선 안 된다
사회정책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는 분명하다. 1인 가구는 줄여야 할 대상이 아니라,
지속 가능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표준 가구 형태라는 것이다.
핵심은 관리나 통제가 아니라 연결이다. 안부 확인, 돌봄 서비스, 지역 커뮤니티, 정신건강 지원이 분절적으로 운영되는 현재 구조를 통합해 생활권 중심의 관계망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정책은 가구 형태가 아니라 ‘위험 수준’을 기준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혼자 살아도 충분한 소득과 관계망을 가진 이들과,
외로움과 빈곤이 중첩된 1인 가구를 동일선상에 놓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혼자 사는 사회 — 이제는 준비의 문제
대한민국은 이미 ‘혼자 사는 사회’에 들어섰다. 이 흐름은 되돌릴 수 없다.
중요한 것은 혼자가 곧 고립이 되지 않도록 사회가 어떤 준비를 하느냐다.
1인 가구 증가는 개인의 선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회 구조가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혼자 살 권리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혼자 버티게 방치하는 사회는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
1인 가구 800만 시대, 이제 문제는 ‘왜 혼자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이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