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주년 기념 기획 특집 5 ㅣ 대한민국, 어디로 가고 있는가
[산타뉴스 창간 1주년 기념 특집 ⑤·끝]
소멸을 넘어 재생으로 — 지역의 미래는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편집자주
산타뉴스는 창간 1주년 기념 특집으로 지역소멸의 현실과 인구구조 변화, 청년 유출 문제를 차례로 살펴보았습니다. 마지막 5회에서는 위기의 대한민국 지역사회가 다시 살아나기 위한 조건과 대안을 모색해 봅니다. 지방소멸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일까, 아니면 새로운 도약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를 심층 보도합니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씨앗은 자라고 있다
지역소멸이라는 단어는 이제 낯설지 않다. 출생아 감소, 고령화, 청년 유출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전국 곳곳의 지방도시와 농어촌은 생존을 걱정하는 상황에 놓였다.
행정안전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절반 이상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일부 농산어촌 지역은 20~39세 여성 인구가 고령 인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모든 지역이 무너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강원도 정선군은 폐광지역이라는 한계를 관광과 문화예술 콘텐츠로 극복하며 대표적인 재생 사례로 꼽힌다. 정선아리랑과 레일바이크, 지역 축제를 연계한 관광산업 육성으로 방문객을 꾸준히 늘렸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었다.
전남 해남군은 귀농·귀촌 지원 정책을 확대해 전입 인구를 꾸준히 확보하며 인구 감소 속도를 완화하고 있다. 경북 구미시는 반도체·방산 등 특화 산업 육성을 통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 힘쓰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역소멸은 단순히 인구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경쟁력의 문제”라고 말한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이모 연구위원은 “사람이 떠나는 이유를 해결하지 못하면 인구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일자리와 정주 여건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사람이 찾아오고 머물고 싶어 하는 지역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는 뜻이다.
청년이 돌아오는 도시가 살아남는다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청년이다.
통계청의 국내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20대 청년층의 수도권 순유입은 매년 수만 명 규모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동 사유의 상당 부분이 취업과 교육으로 나타났다. 양질의 일자리가 집중된 수도권으로 인재가 몰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지방에서 성장한 청년들마저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지역 정착을 위한 핵심 조건으로 ▲양질의 일자리 ▲안정적인 주거 ▲문화·여가 인프라 ▲육아 환경을 꼽는다.
실제로 충남 내포신도시와 세종시는 공공기관 이전과 행정 기능 확충을 통해 젊은 인구 비중을 높였으며, 전북 완주군은 청년 창업 지원과 로컬 비즈니스 육성 정책으로 청년 정착 사례를 만들어내고 있다. 국토연구원은 혁신도시 조성 이후 일부 지역에서 청년층 유입과 지역 소비 증가 효과가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청년들은 단순히 일자리만 찾는 것이 아니다. 삶의 질을 함께 고려한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김모 교수는 “청년이 지역에 남으려면 직장뿐 아니라 주거, 문화, 교육, 인간관계까지 종합적으로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지역의 매력 자본을 키우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지역이 청년을 붙잡으려면 ‘일할 수 있는 곳’을 넘어 ‘살고 싶은 곳’이 되어야 한다.
지역마다 다른 색깔을 만들어야 한다
과거의 지역 발전 정책은 산업단지 조성과 대형 토목사업 중심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모든 도시가 서울을 따라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각 지역이 가진 고유한 자원과 문화를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표적인 사례로 전남 순천시는 순천만국가정원을 중심으로 생태관광 도시 브랜드를 구축해 연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으며, 강원 평창은 동계올림픽 이후 스포츠·관광 자원을 활용한 지역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충북 오송은 바이오산업 클러스터를 기반으로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을 집적시키며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인구 감소 속에서도 관광, 문화, 농업, 첨단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지역 모델을 만들고 있다. 일본 도쿠시마현 가미야마정은 IT 기업 유치와 원격근무 환경 조성으로 젊은 인구 유입에 성공한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우리 역시 지역만의 브랜드를 키울 필요가 있다.
어떤 곳은 관광도시로, 어떤 곳은 바이오산업 중심지로, 또 다른 곳은 교육과 문화의 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지역 고유의 문화와 자원을 활용한 차별화 전략이 장기적으로 지역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요소”라고 분석했다.
지역의 경쟁력은 획일화가 아니라 차별화에서 나온다.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이 답이다
지역소멸 문제는 지방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이 무너지면 수도권도 지속 가능성을 잃게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으며, 서울과 수도권은 주택 가격 상승과 교통 혼잡, 생활비 부담 증가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반면 지방은 인구 감소와 경제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한쪽의 과밀과 다른 한쪽의 공동화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단순한 지원사업이 아니라 국가 생존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보고서를 통해 “수도권 집중이 지속될 경우 지역 간 성장 격차와 사회적 비용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기업과 대학,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및 정착 지원이 장기적으로 지역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다고 평가했다.
기업과 대학, 공공기관, 문화시설이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보다 장기적이고 일관된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람을 남게 하는 도시가 미래를 가진다
지역소멸의 해법은 결국 사람이다.
학교를 지키고, 병원을 유지하고, 일자리를 만들고, 청년이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모든 정책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인구는 하루아침에 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이 떠나지 않는 지역, 다시 돌아오고 싶은 지역은 만들 수 있다.
실제로 경남 함양군과 전북 진안군 등은 생활인구 확대 정책과 정주 여건 개선 사업을 통해 지역 활력 회복에 나서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작은 학교 살리기와 공공의료 강화 정책이 주민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거대한 전환점 앞에 서 있다.
지방소멸은 운명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다. 사람과 공동체를 중심에 둔 정책, 지역의 특성을 살린 성장 전략, 그리고 국가적 차원의 균형발전 노력이 함께할 때 지역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산타뉴스 창간 1주년 특집이 확인한 결론도 분명하다. 지역을 살리는 일은 곧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이제 정부와 기업, 지역사회가 함께 행동해야 한다. 지역의 불빛을 지키는 선택이 대한민국의 내일을 밝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