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이주 노동자

보이지 않는 손에서 ‘핵심 인력’으로
— 이주 노동자 110만 시대의 한국 경제
국내 산업 전반에서 이주 노동자의 존재감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고용허가제 등을 통해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를 포함해 약 110만 명에 달하는 이주 노동자는 농어촌, 건설, 조선업 등 인력난이 심각한 분야에서 사실상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내국인 노동 공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들의 기여는 더 이상 보조적 수준이 아니라 산업 유지의 필수 조건으로 평가된다.
특히 농어촌 지역에서는 이주 노동자가 없으면 수확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빈번하다. 전남의 한 마늘 농가를 운영하는 김모(62) 씨는 ‘수확철마다 일손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웠는데, 외국인 근로자들이 없으면 농사를 접어야 할 판’이라며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일해 지역 농업을 지탱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어업과 축산업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건설업과 조선업에서도 이주 노동자의 비중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대형 건설 현장의 경우, 기능 인력의 상당 부분을 외국인 근로자가 맡고 있으며, 조선소에서는 숙련공 부족을 메우는 핵심 인력으로 자리 잡았다. 경남의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용접, 도장 등 고된 공정을 맡아주는 외국인 인력이 없으면 생산 일정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흐름은 과거 한국이 해외로 노동력을 수출하던 시기와도 맞닿아 있다. 1960~70년대 독일로 파견된 광부와 간호사, 중동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한국인 노동자들은 국가 경제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 사회가 과거의 경험을 되돌아보며 이주 노동자를 대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노동경제학자인 박모 교수는 ‘과거 우리는 해외에서 외화 획득을 위해 노동력을 제공했던 나라였다’며 ‘이제는 노동력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상호 존중과 제도적 보호를 강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주 노동자는 단순한 인력 보충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핵심 요소’라고 덧붙였다.
다만 제도적 보완 과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일부 사업장에서의 열악한 근로 환경, 언어 장벽, 지역사회 적응 문제 등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근로 조건 개선과 함께 한국어 교육, 생활 지원 프로그램 등을 확대해 안정적인 정착을 돕고 있다’고 밝혔다.
현장의 목소리는 분명하다. 충북의 한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베트남 출신 노동자 응우옌 씨는 ‘한국에서 일하며 가족을 부양할 수 있어 감사하다. 서로 존중하는 환경에서 더 오래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이주 노동 정책이 양적 확대에서 질적 관리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인력을 늘리는 것을 넘어 숙련도 향상, 장기 체류 기반 마련, 사회 통합 정책 등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는 이미 이주 노동자와 함께 움직이고 있다. 과거 해외에서 땀 흘리던 한국 노동자의 모습이 오늘날 국내 산업 현장의 이주 노동자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들을 어떻게 대우하고 함께 성장할 것인가는 앞으로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할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