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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위탁 부모의 눈물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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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처럼 아이를 품었지만 법은 남남이었다
상처입은 아이들이 새로운 가정에서 다시 삶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돌봄의 마음만이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의 온기도 반드시 필요하다.

아이를 품었지만 법은 비켜섰다

수술 동의도, 육아휴직도 어려운 가정위탁의 현실

 

 

부모의 학대와 방임,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친가정을 떠난 아이들을 대신 돌보는 ‘가정위탁제도’가 존재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위탁부모들이 법적 권한 부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아이를 친자식처럼 돌보고 있어도 법적으로는 ‘보호자’로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의료·교육·행정 전반에서 벽에 부딪히고 있다.

 

가정위탁은 친부모가 양육하기 어려운 아동을 일정 기간 일반 가정에서 보호하도록 하는 제도다. 시설 보호보다 정서 안정과 사회성 발달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아 선진국에서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제도는 여전히 친권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어 위탁가정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아이가 아픈데 수술 동의조차 못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의료 현장에서 발생한다. 위탁부모는 실제 양육자임에도 불구하고 친권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중요한 의료 결정에 제약을 받는다. 응급 상황이 아니면 수술 동의나 장기 치료 결정 과정에서 친부모의 동의가 필요한 경우가 적지 않다.

 

한 위탁부모는 “밤새 열이 오르고 상태가 심각해 병원에 갔는데, 수술 동의 과정에서 친권자 확인 때문에 시간이 지체됐다”며 “아이를 매일 키우는 사람은 우리인데 정작 결정 권한은 없다는 사실이 가장 괴롭다”고 토로했다.

특히 친부모와 연락이 원활하지 않거나 사실상 방임 상태인 경우에도 행정 절차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아이의 안전보다 서류가 우선되는 구조”라는 비판도 나온다.

 

육아휴직도 막힌 위탁부모들

 

직장 문제 역시 심각하다. 현행 제도상 일부 위탁부모는 법적 보호자 인정 범위가 제한돼 어린 아동을 맡아도 육아휴직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다. 기업 내부 규정이나 행정 해석에 따라 적용 여부가 달라지는 경우도 많다.

 

영유아를 갑작스럽게 맡게 된 위탁가정은 초기 적응이 매우 중요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아이는 낯선 환경에서 불안과 분리 공포를 겪는데, 위탁부모는 생계를 위해 곧바로 직장에 복귀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위탁아동은 일반 아동보다 정서적 안정이 더 절실한 경우가 많다”며 “초기 돌봄 시간이 매우 중요하지만 제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가족처럼 살지만 법은 ‘남’

 

일상에서도 불편은 이어진다. 

학교 서류 발급, 휴대전화 개통, 금융 업무, 보험 가입 등 사소한 행정 절차마다 친권자 확인이 요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위탁부모들은 “아이를 데리고 병원과 주민센터를 오갈 때마다 관계를 설명해야 하는 현실이 상처가 된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결국 위탁가정 참여 자체를 위축시킨다는 점이다. 보호가 필요한 아이는 늘어나는데 실제 위탁을 희망하는 가정은 부족하다. 현장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아이 중심으로 제도 바뀌어야”

 

전문가들은 이제는 친권 중심이 아니라 ‘실질 양육자 중심’으로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정 범위 내 의료 결정권 부여, 위탁부모의 육아휴직 보장, 행정 대리권 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위탁부모에게 일정 수준의 법적 권한을 인정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영국과 북유럽 일부 국가는 위탁가정을 단순 보호시설이 아니라 공적 양육 파트너로 본다. 

아이의 안정과 성장에 필요한 권한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아이를 품고 살아가는 사람은 위탁부모지만, 책임과 권한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상처 입은 아이들이 새로운 가정에서 다시 삶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돌봄의 마음만이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의 온기도 함께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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