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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플레이션을 아시나요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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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짠내 라이프
대학가의 짠내 라이프는 이제 개인의 절약 문제가 아니라 청년 세대의 삶의 조건을 되돌아 보게하는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캠퍼스플레이션에 짓눌린 대학가  —  1000원 학식도 오픈런


 

최근 대학가가 이른바 ‘캠퍼스플레이션(Campus + Inflation)’ 현상으로 술렁이고 있다. 

월세와 식비, 등록금 등 대학생 생활비 전반이 크게 오르면서 학생들이 생활비 절약을 위해 극단적인 ‘짠내 라이프’를 선택하는 모습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대학에서 운영하는 1000원 학식은 학생들이 몰려들며 아침부터 줄을 서는 ‘오픈런’ 풍경까지 연출되고 있다.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대학생 생활비는 체감상 크게 상승했다. 서울 주요 대학 인근 원룸 월세는 평균 60만80만원 수준으로 올라섰고, 보증금도 1000만~2000만원 이상이 일반화됐다. 여기에 외식 물가 상승으로 학교 주변 식당 한 끼 가격도 9000원에서 1만2000원 수준까지 올라 학생들의 부담이 커졌다.
 

서울의 한 사립대에 재학 중인 김모(23) 씨는 ‘월세 70만원에 관리비까지 내면 생활비 대부분이 집세로 나간다’며 ‘식비라도 아끼려고 학교에서 하는 1000원 학식이 열리는 날이면 친구들과 미리 줄을 서서 기다린다’고 말했다. 그는 ‘수업보다 밥값 걱정을 먼저 하는 상황이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대학 학생식당 앞에서는 식사 시작 시간 전부터 긴 줄이 만들어지는 모습이 흔해졌다. 일부 대학에서는 하루 200~300명 한정으로 제공되는 ‘1000원 아침밥’이나 ‘천원의 아침밥’ 사업이 학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아침 8시 식사 시작인데도 7시부터 줄을 서는 이른바 오픈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의 또 다른 대학생 이모(21) 씨는 ‘편의점 도시락이나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날도 많다 ’며 ‘친구들끼리 농담처럼 대학생판 짠내 라이프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웃픈 현실’이라고 말했다.
 

대학생들의 소비 패턴도 크게 바뀌고 있다.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교재를 구입하거나 카페 대신 학교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이 늘었다. 일부 학생들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여러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N잡 대학생’이 되기도 한다.
 

이 같은 현상은 단순한 체감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물가 상승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 외식 물가와 주거비 상승률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해왔다. 특히 청년층이 주로 지출하는 주거비와 식비 상승이 두드러지면서 대학생들의 체감 물가는 더욱 크게 느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청년 체감 인플레이션의 대표적 사례로 보고 있다. 대학생 생활 연구를 진행해 온 한 사회학 교수는 ‘대학생들은 소득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물가 상승을 직접적으로 맞닥뜨리기 때문에 일반 가계보다 물가 부담이 훨씬 크게 느껴진다’며 ‘캠퍼스플레이션은 청년 경제 문제의 축소판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계에서는 등록금 문제도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일부 대학이 장기간 등록금을 동결해 왔지만 최근 대학 재정 압박이 커지면서 인상 논의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 만약 등록금까지 오르게 되면 대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년 정책 전문가들은 대학생 생활 안정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청년정책 연구원은 ‘청년 주거 지원과 식비 지원 같은 실질적인 정책이 확대돼야 한다. 대학생들이 생계 걱정이 아니라 학업과 진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캠퍼스 곳곳에서 이어지는 ‘1000원 학식’ 줄은 단순한 식사 풍경을 넘어 청년 세대가 체감하는 경제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 되고 있다. 대학가의 짠내 라이프는 이제 개인의 절약 문제가 아니라 청년 세대의 삶의 조건을 되돌아보게 하는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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