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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장관'의 출근길, 쇼(Show)가 아닌 일상이 되려면

남철희 기자
입력
지구의 날'이자 '자전거의 날'을 맞아

4월 22일, '지구의 날'이자 '자전거의 날'을 맞아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세종시 공영 자전거 '어울링'을 타고 정부세종청사로 출근했습니다. 

'지구의 날' 윤호중 행안부 장관, 자전거 출근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공영 자전거 '어울링'을 타고 정부세종청사 출근  사진 행정안전부

자전거로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시원한 음료를 건네며 격려하는 모습은 삭막한 관가의 아침에 신선한 풍경을 선사했습니다. 

 

특히 최근 자원 안보 위기 경보가 3단계로 격상되면서 공공기관 차량 2부제가 시행 중인 상황이라, 이번 행보는 시의적절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훈훈한 광경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일말의 아쉬움과 '데자뷔'가 교차합니다. 과연 이 모습이 내일도, 내년에도 계속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입니다.

 

'이벤트'가 되어버린 자전거 출근

 

사실 우리 사회에서 고위 공직자의 자전거 출근은 대개 '특정한 날'에만 비춰지는 기사성 행사인 경우가 많습니다. '지구의 날'이니까, 혹은 '에너지 절약 주간'이니까 타는 이벤트성 행보는 대중에게 감동보다는 "오늘도 보여주기식이구나"라는 피로감을 줍니다.

 

반면, 유럽의 많은 선진국에서는 총리나 장관이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모습이 전혀 뉴스거리가 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자전거는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가장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당연한 이동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선진국형 출근'의 핵심은 시스템과 인식

 

사회 고위층이 솔선수범하여 대중교통과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은 단순한 개인의 취향을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 사회적 비용 절감 : 탄소 배출을 줄이고 교통 혼잡을 완화하는 실질적인 기여입니다.
  • 권위주의 탈피 : 전용차라는 높은 벽을 허물고 시민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도시의 인프라를 직접 경험하는 기회가 됩니다.
  •  

공무원들이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로 출근하는 것이 '특별한 결심'이 필요한 일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세종시는 설계 당시부터 자전거 중심 도시를 표방했습니다. 인프라는 이미 갖춰져 있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를 뒷받침할 조직 문화와 지속적인 실천입니다.

 

 전시성을 넘어 '생활의 양식'으로

 

장관이 자전거를 타는 날에만 음료를 나눠주는 '격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전거를 타고 출근한 직원이 땀을 씻고 업무를 준비할 수 있는 샤워 시설과 안전한 보관소, 그리고 수트 차림이 아니어도 눈치 보지 않는 유연한 분위기입니다.

 

자원 안보 위기는 단순히 2부제를 운영한다고 해결될 일시적인 파도가 아닙니다. 에너지 절약이 일회성 퍼포먼스가 아닌 '공직자의 기본값'으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오늘 윤 장관의 자전거 출근이 내일의 일상적인 출근길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어쩌다 한 번 타는 장관"이 아니라, "늘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공무원"들이 가득한 세종청사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진정한 선진국은 장관이 자전거를 탔을 때 기사가 나지 않는 나라입니다.

남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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