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빈소 장례가 늘어나고 있다

조문도, 빈소도 없이 떠난다 — 늘어나는 ‘무빈소 장례’
최근 장례 문화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빈소를 차리고 조문객을 맞이하는 전통적인 장례 대신 빈소를 아예 마련하지 않는 ‘무빈소 장례’가 늘고 있다.
가족끼리 조용히 고인을 추모한 뒤 화장과 봉안 절차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경우에 선택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사회적 인식 변화와 가족 구조의 변화로 인해 자발적으로 무빈소 장례를 선택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와 고령 독거노인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가족 규모 역시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장례 문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족 중심으로 바뀌는 마지막 이별
과거 장례식장은 친척과 지인, 직장 동료들이 모여 고인을 추모하는 공동체적 공간이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인간관계가 예전보다 느슨해지고 가족 규모도 작아지면서 조문객 자체가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자녀들이 부모의 장례를 치르면서 “조문객이 거의 오지 않을 것 같은데 굳이 빈소를 마련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고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소규모 장례가 일반화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서울의 한 장례업체 관계자는 “예전에는 3일장을 치르는 것이 당연했지만 최근에는
직계가족만 참석하는 가족장과 무빈소 장례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장례 비용 부담도 중요한 이유
경제적 요인도 무빈소 장례 증가의 배경으로 꼽힌다.
일반적인 장례는 빈소 임대료와 음식 비용, 각종 부대비용이 적지 않게 들어간다.
반면 무빈소 장례는 이러한 비용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고물가 시대를 맞아 장례 비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실속을 중시하는 유족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유족들은 “고인의 뜻에 따라 화려한 장례 대신 가족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간소한 장례를 선택했다”고 말한다.
특히 노년층 사이에서는 “살아 있을 때 자녀에게 충분히 부담을 줬으니 죽어서까지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고독사 증가와 사회적 단절의 그림자
반면 무빈소 장례의 확산을 마냥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로 인해 사회적 관계망이 약화되면서 사실상 찾아올 사람이 없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고독사 발생 건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생전 인간관계가 단절된 채 홀로 생을 마감하는 사례가 늘면서 장례 역시 최소한의 절차만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빈소 장례가 개인의 선택일 수 있지만, 사회적 고립의 결과로 나타나는 경우라면 공동체 차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장례 문화의 변화, 존엄한 이별은 남아야
장례는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매장 중심에서 화장 중심으로 바뀌었듯이 이제는 대규모 조문 문화에서 가족 중심의 추모 문화로 이동하고 있다.
무빈소 장례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등장한 새로운 장례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다만 형식이 간소해지더라도 고인을 기리는 마음까지 사라져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빈소의 규모나 조문객 수보다 중요한 것은 고인의 삶을 기억하고 남은 이들이 충분히 애도할 수 있는 시간이다.
전문가들은 “장례의 본질은 화려한 의전이 아니라 존엄한 이별”이라며 “무빈소 장례가 늘어나더라도 가족과 사회가 함께 고인을 기억하는 문화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