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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특집

워런 버핏, 마지막 편지로 남긴 ‘나눔의 유언’

산타뉴스 남철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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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사랑의 도구입니다”

 

워런 버핏

 

워런 버핏은 늘 숫자보다 마음을 먼저 보던 투자자였다.
그는 95세가 된 지금, 

60년 가까이 이끌어온 버크셔 해서웨이의 마지막 주주서한에서 이렇게 썼다.

 

 “나는 이제 조용히 하려 합니다.
하지만 내가 남긴 돈은 조용히 일할 것입니다.”

 

그의 퇴임 선언은 세계 경제계의 한 시대가 저무는 순간이었지만, 그 편지는 놀랍도록 따뜻했다.
버핏은 마지막으로 약 13억 달러(한화 약 1조8천억 원)에 달하는 주식을 네 개의 가족 재단에 기부했다.
그가 평생 사회에 환원한 금액은 이미 550억 달러를 넘는다. 그러나 그가 진정으로 나누고자 한 것은 ‘돈’이 아니었다.

 

■ “나는 자식들에게 재산이 아니라 세상을 남긴다”

 

버핏은 이번 서한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 자녀들에게 남길 유산은 현금이 아니라, 그들이 살 만한 세상이다.”

그는 2006년부터 ‘기빙 플레지(Giving Pledge)’ 운동을 이끌며 

세계의 부자들에게 기부를 권유해왔다.


그의 철학은 단순했다.
돈은 소유하는 순간부터 사라지지만, 나누는 순간부터 존재한다.

버핏에게 기부란 일시적인 선행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신뢰의 선언’이었다.
그는 자녀가 운영하는 재단들에 구체적인 조건을 달지 않았다.
“내가 남긴 돈은 그들의 양심이 지킬 것이라 믿는다.”
그 신뢰 속에는 평생을 시장의 불확실성과 맞서 온 사람의 확고한 믿음이 담겨 있었다.

 

■ “돈이 아니라 품격을 물려줘라”

 

버핏의 장남 하워드는 농업과 식량안보 문제를 다루고, 

딸 수전은 여성과 어린이 보호 사업에 힘쓴다.


그는 자녀들의 행보를 자랑하지 않았다. 다만,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이 배운 건 내가 한 말이 아니라, 내가 하지 않은 일들이다.”

그에게 기부는 ‘보여주는 선행’이 아니라 ‘사라지는 책임’이었다.


이 철학은 크리스마스의 정신과도 닮아 있다.
보이지 않아도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힘, 

그것이 버핏이 말하는 사랑의 자본(capital of kindness) 이다.

 

■ 오마하의 산타, 마지막 인사

 

버핏은 이번 편지에서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사람”이라 부르며 이렇게 맺었다.

 

 “내가 가진 것은 축복입니다.
축복을 받은 사람은, 그 축복을 나눠야 합니다.”

 

그의 말은 투자자의 언어로 쓰였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기도의 문장처럼 느껴진다.
그가 떠나며 남긴 건 숫자와 보고서가 아니라, 사람을 향한 믿음이었다.

이제 오마하의 현인은 조용히 무대를 내려온다.
그러나 그의 나눔은 여전히 일하고 있다.


누군가의 식탁 위에서, 누군가의 장학금 속에서, 누군가의 희망이 되어.

올해 크리스마스, 우리는 그를 이렇게 부르고 싶다.
“오마하의 산타, 워런 버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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