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획 / “봄 소풍 가고 싶어요”

“봄 소풍 가고 싶어요”
사라진 교실 밖 배움, 책임 공포가 만든 ‘무(無)체험 교육’
따뜻한 햇살과 함께 “봄 소풍 가고 싶어요”라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계절이다.
그러나 학교 현장은 정반대의 풍경이다.
초·중·고교에서 수학여행과 소풍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배경에는 안전사고 발생 시 인솔교사에게 형사책임이 집중되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일부 사고에서 업무상 과실치사 책임이 인정되며 교사 개인에게 과도한 법적 리스크가 전가된다는 인식이 확산됐고,
학교는 ‘안전 최우선’을 이유로 외부 체험활동 자체를 축소하는 선택을 하고 있다.
현장 교사들은 “사전답사, 위험성 평가, 학부모 동의, 보험 가입 등 절차를 강화해도 ‘만약’의 사고를 완전히 차단하기는 불가능하다”며 “사고 한 번에 형사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이 체험학습 기획을 위축시킨다”고 토로한다.
실제로 교육청 지침은 매년 촘촘해지고 있지만, 책임 분산 장치보다는 문서화와 보고 의무가 늘어나는 양상이다. 결과적으로 학교는 위험을 ‘관리’하기보다 ‘회피’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문제는 교육적 손실이다.
수학여행과 소풍은 단순한 여가가 아니라 사회성·협업·문제해결력을 키우는 ‘비형식 학습’의 핵심 장면이다. 교실 밖에서의 경험은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고, 지역·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힌다.
체험 기회가 사라지면 학습은 지식 전달 중심으로 편향되고, 학생 간 관계 형성의 밀도도 낮아진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세대일수록 오프라인 공동 경험의 결핍은 더 크게 체감된다.
또 다른 부작용은 교육 격차의 확대다.
학교가 제공하던 공공적 체험이 줄어들수록,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사교육형 체험 프로그램에 접근 가능한 가정과 그렇지 못한 가정 간 격차가 벌어진다.
일부 학부모는 민간 체험학습이나 해외 캠프를 선택하지만, 비용 부담이 큰 만큼 기회는 불균등하게 배분된다. ‘안전’이 ‘형평성’을 잠식하는 역설이 발생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책임 구조의 재설계를 해법으로 제시한다.
교육행정학계는 “개별 교사에게 형사책임을 집중시키는 현재의 구조는 합리적 위험관리 체계가 아니라 ‘책임 전가’에 가깝다”며 “학교 단위의 관리 책임과 교육청·지자체의 지원 책임을 명확히 분담하고, 표준화된 안전 프로토콜을 국가 차원에서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공공보험의 실효성을 높여 사고 발생 시 보상과 법적 대응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현장에서는 실무적 보완 요구도 크다.
체험학습 전담 인력 배치, 전문 안전요원 동행 의무화, 사전 위험성 평가의 외부기관 인증, 지역사회와 연계한 안전 인프라 구축 등이 그것이다.
무엇보다 ‘무사고 제로’라는 비현실적 목표 대신 ‘허용 가능한 위험 범위 내 관리’라는 원칙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는 항공·산업안전 분야에서 이미 정착된 접근법이다.
교육은 본질적으로 ‘경험’을 전제로 한다.
모든 위험을 제거할 수는 없지만, 관리 가능한 위험을 이유로 경험 자체를 삭제하는 것은 또 다른 위험이다.
아이들이 교실 밖으로 나가 자연과 사회를 만나는 일, 그 과정에서 배우는 협력과 책임은 교과서로 대체될 수 없다.
“봄 소풍 가고 싶어요”라는 단순한 바람이 더 이상 ‘위험한 요구’가 되지 않도록, 제도와 인식의 균형 있는 재설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