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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산타뉴스 유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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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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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가을

 

                                              문정희

 

 

나의 신은 나입니다.

 

이 가을날
내가 가진 모든 언어로
내가 나의 신입니다

 

별과 별 사이
너와 나 사이 가을이 왔습니다

 

맨 처음 신이 가지고 온 검으로
자르고 잘라서
모든 것은 홀로 빛납니다

 

저 낱낱이 하나인 잎들
저 자유로이 홀로 인 새들
저 잎과 저 새를
언어로 옮기는 일이
시를 쓰는 일이,

 

이 가을
산을 옮기는 일만큼 힘이 듭니다
저 하나로 완성입니다

 

새, 별, 꽃, 잎, 산, 옷, 밥, 집, 땅, 피, 몸, 물, 불, 꿈, 섬
그리고 너, 나
이미 한편의 시입니다
비로소 내가 나의 신입니다. 이 가을날
                                     
 

유상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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