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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찌른 상처가 더 깊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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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학폭 5%시대 , 학교는 안전한가
학교 폭력 문제의 본질은 징계보다는 학생의 정서 회복에 있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며 미래의 꿈을 향해 달려갈 수 있도록 우리의 공교육은 더 노력해야 할 전환기에 서 있다.

 

초등 교실까지 번진 학교폭력  —  말 한마디가 아이를 무너뜨린다


 

최근 초등학교 고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42)씨는 깊은 불안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자녀가 학교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아 추궁을 한 결과 같은 반 학생에게 지속적인 비하 발언과 조롱을 당해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후부터이다. 김씨는 담임 선생에게 연락을 하며 돌아온 것은 학교 측의 이후 대응이었다. 

 

김씨는 자녀가 지속적으로 겪는 이 폭력 사태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가도 가해 학생이 크게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고, 더욱 충격적인 것은 가해 학생과의 분리조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것이 두렵다’고 호소했다.


 

이 사례는 일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교육부의 2025년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 피해 응답률은 5.0%로 나타났다. 

이는 중학생(2.1%), 고등학생(0.7%)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특히 신체적 폭력보다 언어폭력의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이 특징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요즘 아이들은 직접적인 폭력보다 말로 상대를 공격하는 경우가 많다. 단체 채팅방이나 일상 대화 속에서 은근한 비하와 조롱이 반복된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문제는 언어폭력이 여전히 가벼운 장난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 위험성을 경고한다. 교육심리학자 박모 교수는 ‘언어폭력은 눈에 보이는 상처가 없다는 이유로 간과되기 쉽지만, 피해 학생의 자존감과 정체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며  ‘특히 초등 시기의 경험은 장기적인 정신 건강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 피해 학생들은 불안, 우울, 대인기피, 등교 거부 등 다양한 후유증을 겪는다. 경기 지역의 한 상담교사는 ‘언어폭력을 반복적으로 경험한 아이들은 스스로를 문제 있는 존재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인식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교의 대응 체계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2024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심의 건수는 2만7835건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단순한 사건 증가라기보다 학교 내부 해결에 대한 신뢰가 약화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욱이 최근 입시 제도 변화는 학폭 문제를 ‘미래 리스크’로까지 확장시키고 있다. 2026학년도 대입에서는 주요 대학 지원자 중 상당수가 학교폭력 이력으로 불합격 처리되면서, 학폭 기록이 사실상 회복하기 어려운 낙인이 되고 있다. 

수도권 한 고등학교 진학부장은 ‘학폭 기록은 성적으로도 만회하기 어려운 요소가 됐다’며 ‘학생과 학부모 모두 그 심각성을 체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육당국은 가해 기록 보존기간을 늘리고 무관용 원칙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온정적 처리가 남아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경미하다고 판단해 넘어간 사안이 반복되면서 더 큰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초기 대응과 분리조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청소년정책 전문가 이모 박사는 ‘피해 학생 보호가 최우선이며, 가해 학생에 대해서는 명확한 책임을 물어야 다’며 ‘특히 즉각적인 분리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2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한 예방 교육의 실효성 강화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단순한 형식적 교육이 아닌,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학교폭력 문제의 본질은 ‘징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회복’에 있다. 피해 학생이 다시 아무런 두려움 없이 교실로 돌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초등학생 피해 응답률 5.0%라는 수치는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경고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교실 어딘가에서는 보이지 않는 상처를 안고 있는 아이들이 존재한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웃을 수 있는 교실을 만드는 것, 그것이 공교육이 존재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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