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행복이 더 중요합니다

반도체 엔지니어의 운전대, 대구를 달리는 청년 버스기사
한양대·삼성전자 거쳐 시내버스 기사 된 20대 이승준 씨의 선택
“남들이 정답이라 말하는 길만이 인생은 아니었다”
대구 도심을 누비는 시내버스 운전석에 앉아 있는 20대 청년 이승준 씨. 언뜻 보면 평범한 버스기사지만 그의 이력은 많은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흔든다.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에 입사했던 그가 안정적인 대기업 생활을 뒤로하고 시내버스 운전기사의 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청년들이 선망하는 학력과 직장을 얻었지만, 이 씨는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그리고 남들이 정해 놓은 성공의 기준보다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선택했다.
대기업 생활 속에서 찾은 새로운 질문
한양대 공학 계열을 졸업한 이 씨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 입사해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첨단 기술을 다루고 좋은 처우를 받는 직장이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는 다른 고민을 하게 됐다.
매일 반복되는 업무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신이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기 시작한 것이다.
높은 연봉과 사회적 명성은 분명 가치 있는 것이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삶의 만족을 채우기 어려웠다.
이 씨는 “좋은 회사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보다 내가 행복한지가 더 중요했다”며 “언젠가 후회 없는 선택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람을 만나고 도시를 움직이는 직업
새로운 길을 고민하던 그는 버스기사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대중교통은 시민들의 일상을 연결하는 중요한 공공 서비스다.
수많은 사람들의 출근길과 등굣길, 귀갓길을 책임지는 일이라는 점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필요한 자격을 갖추고 운수회사에 입사한 그는 현재 대구 시내 곳곳을 누비며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처음에는 주변의 만류도 적지 않았다. “왜 좋은 회사를 그만두느냐”는 질문을 수없이 들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매일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도시의 변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시민들의 하루를 안전하게 책임진다는 자부심도 큽니다.”
직업에 귀천은 없다는 사실
이승준 씨의 사례는 우리 사회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학벌과 직장 이름으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직업의 가치는 사회적 인식이 아니라 그 일을 수행하는 사람의 책임감과 자부심에서 나온다.
버스 운전은 수십 명의 승객 생명을 책임지는 전문 직업이다. 높은 집중력과 안전의식, 서비스 정신이 요구된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획일적인 성공 공식에 매몰되지 말고 자신에게 맞는 진로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일수록 개인의 행복과 사회의 발전이 함께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만의 길을 달리는 청춘
오늘도 이승준 씨는 새벽 첫차 운행을 위해 운전석에 오른다. 한때 반도체 공장에서 미래 기술을 다루던 청년은 이제 대구 시민들의 발이 되어 도시를 움직이고 있다.
그의 선택은 누군가에게는 의외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정답이 하나뿐인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남들이 정해준 성공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삶에 얼마나 진심으로 임하느냐다.
대구의 거리를 달리는 버스 한 대에는 그래서 조금 특별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학벌과 직장이라는 간판을 넘어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 나선 한 청년의 용기 있는 도전이 오늘도 시민들과 함께 달리고 있다.
※ 편집자 주: 직업의 가치는 사회적 서열이 아니라 그 일을 대하는 책임감과 자부심에서 나온다. 이승준 씨의 선택은 청년들에게 ‘성공의 기준은 각자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