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식의 아트&아티스트] 공공예술조직의 예술적 성과, 수치 너머의 가치

  문체부와 서울시 산하 공공예술조직에 다니면서 제가 봐왔던 기관경영평가는 기관의 가치를 인정받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습니다. 저는 과거 경영평가 담당으로서 기관공로자도 표창도 받았고 평가 우수등급도 받으면서 경영평가 기관의 가치를 증명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특히 올해는 제가 재직 중인 국립예술단체가 2년 연속 등급 상향을 하여 직원들에게 두둑한 기관 성과급도 지급할 수 있게 되어 담당 부서장으로서 뿌듯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공예술조직에서 약 20년간 기관경영평가를 경험하면서 저는 평가지표가 예술조직에 적합한 것인지 회의감이 생기기도 합니다. 관객수, 매출액, 사업건수 등 정량적 평가지표로 평가할 수 없는 정성적 평가대상이 예술조직에는 상당히 많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제가 몸담았던 서울시 출연기관 세종문화회관이 기관 성격이나 사업이 완전히 다른 타 20개 출연기관과 평가지표를 동일하게 평가받다보니 정량적 경영성과가 취약한 예술기관은 평가등급에서 하위권으로 치우치는 일이 많았습니다.

  예술조직도 법인이기에 법인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재정 안정이 필요합니다. 국립예술단체의 경우 총 수입의 80%정도가 국고 보조금이고 20%는 자체수입을 달성해야 합니다. 물론 민간기업에서 보면 국고보조금을 통해 재정운영이 쉽다고 생각하겠지만 산업화되지 않은 공연시장에서 민간 공연기획사의 하지 않은 시장 실패 영역, 창작공연이나 비인기 장르 등을 국립단체가 하기에 시장에서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국립예술단체는 공연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시장에 참신한 창작 작품을 내놓은 동시에 수익 창출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연예술생태계에 국립예술단체 등 공공예술조직이 많은 부분을 기여하고 있지만 기관경영평가의 평가 지표는 갈수록 정량적 지표가 강화되는 느낌입니다. 우리나라 총 재정 중 문체부 재정은 1% 정도 밖에 안되고 지자체의 문화 재정도 열약한 상황에서 공공예술조직에 투여되는 보조금 예산이 갈수록 팍팍해져갑니다. 특히나 요즘 예술조직은 예술인력, 문화시설운영이 주요 사업이 되다보니 공연, 전시, 축제 등 예술사업비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경직성 경비만 늘고 수익을 내기 위한 사업비는 줄어들어 공공예술조직의 재정 운영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예술단체를 운영하는 관리자 입장에서 저는 자체수입 결손이 항상 두렵고 매번 경비 절감노력에도 재정 운영에 한계를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중앙정부나 지자체 입장에서 출연금이나 보조금 지원 규모를 늘리기 어려운 상태에서 산하 기관의 경영평가도 정량적 경영능력을 위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유료객석점유율 등 지표가 매출과 연관되거나 후원금/협찬금 등 재원조성능력도 더 중요한 평가지표가 되고 배점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립예술단체는 산업화되지 않은 공연시장에서 할 공적인 역할이 많습니다. 그것은 수치가 아닌 질적인 가치이기에 공공예술조직의 경영적 성과 뿐만 아니라 ‘예술적 성과‘이기에 이것도 측정되고 기관경영평가에 성과로 반영되어야 합니다.

  공공예술조직에서 이루어지는 예술적 성과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첫째로, ‘예술적 완성도’를 들 수 있습니다. 작품의 창의성이나 실험성과 미적수준이 있으며 이를 볼 줄 아는 평단과 동료 예술인의 평가로 측정될 수 있습니다.  둘째로, ‘예술생태계 기여도’가 있습니다. 새로운 창작자, 신진예술인의 발굴과 육성 등을 들 수 있고 지역 예술계와 타 예술단체의 협업 등으로 성과를 도출 될 수 있습니다. 셋째로, ‘관객의 예술적 경험’을 들 수 있습니다. 관객에게 깊은 감동과 성찰, 영감을 주는 예술적 전달력도 성과가 될 수 있습니다. 이는 관객의 예술적 취향을 확대하고 문화민주주의까지 실현할 수 있습니다.

  공공예술조직에는 경영적 측면에서 바라보는 성과 외에 더 큰 ‘예술적 성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예술적 성과를 공공예술조직의 기관평가에서 적극 인정받아야 합니다. 또한 예술적 성과를 어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성과 측정 방법을 기관 평가단에 제시해야 합니다. 또한 국민이 공공예술조직의 가치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성적 평가와 함께 정량적 평가방법도 고도화되어야 합니다. 출중한 예술적 성과가 돋보이고 국민이 가치를 인정해주는 공공예술조직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예술조직 구성원의 많은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예술경영전문인 최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