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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딛고 다시 건넨 손… 스리랑카 이주노동자, 치료받은 병원에 성금 기부

전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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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받은 도움, 이제는 저보다 더 어려운 사람에게 쓰이고 싶습니다”
파키스탄 이주노동자 칸 무바실룰라(Khan Mubasherullah) 씨 [녹색병원 제공]
파키스탄 이주노동자 칸 무바실룰라(Khan Mubasherullah) 씨 [녹색병원 제공]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 칸 모바실(39) 씨가 최근 자신을 치료해 준 서울 직업병 전문병원에 100만 원이 넘는 성금을 기부했다. 기부금은 오는 해 개소 예정인 전태일의료센터 건립 재원으로 쓰인다. 2021년 전남 담양과 제주 양식장에서 일하다 포르말린 노출로 백혈병 판정을 받은 지 4년 만에 전해진 따뜻한 소식이다.

 

칸 씨는 당시 보호구 없이 발암물질을 취급하며 일을 이어가다 극심한 피로와 통증을 호소했고, 결국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두 아들과 아내는 고향에 남겨둔 채 혼자 투병을 시작했지만, 치료비는 매달 200만 원이 넘었다. 지역 인권단체와 주민들의 모금이 있었지만 장기 치료를 감당하기에는 부족했다.

 

전환점은 서울의 한 직업병 전문병원이었다. 병원은 사실상 무상 치료를 제공했고, 1년간 집중 치료 끝에 칸 씨의 몸은 서서히 회복됐다. 이후 그는 산업재해 인정을 받으며 안정적인 치료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퇴원 후에는 한동안 연락이 닿지 않았지만, 병원 후원자 명단에 적힌 그의 이름이 다시 발견되면서 근황이 알려졌다.

 

병원 관계자는 “이주노동자의 기부는 처음”이라며 “힘든 시기에 도움을 받았던 사람이 다시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는 사실이 깊은 울림을 준다”고 말했다. 기부금은 산재·재난 피해자 중 치료 접근성이 낮은 노동자와 취약계층 의료 지원에 쓰인다.

 

칸 씨의 선택은 개인의 감사에 그치지 않는다. 산업재해 위험에 노출되는 이주노동자, 치료비 부담으로 의료 지원에서 멀어지는 이들, 지역 사회의 연대 등이 교차하는 자리에서 나온 행동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작은 금액이라도 자신이 받은 도움을 ‘또 다른 생명’을 위해 돌려주고 싶다는 그의 메시지가 지역 사회를 따뜻하게 적시고 있다.


 

칸 씨의 기부는 ‘많아서’가 아니라 ‘갚고 싶어서’ 시작된 행동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도움을 받았던 사람이 다시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는 순간, 연대의 가치가 현실에서 증명된다.
기부의 크기가 아니라, 자신이 겪은 고통을 타인의 회복으로 이어지게 하려는 의지가 핵심이다.
산타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선물’이 아니라 ‘확산되는 따뜻함’에 가깝다.


이 한 사람의 용기 있는 선택이, 더 많은 이들의 안전과 치료권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칸 씨의 선택은 개인의 감사에 그치지 않는다. 산업재해 위험에 노출되는 이주노동자, 치료비 부담으로 의료 지원에서 멀어지는 이들, 지역 사회의 연대 등이 교차하는 자리에서 나온 행동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작은 금액이라도 자신이 받은 도움을 ‘또 다른 생명’을 위해 돌려주고 싶다는 그의 메시지가 지역 사회를 따뜻하게 적시고 있다.


 

전미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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