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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 칼럼 / 한 해가 저물고 있다

류재근 기자
입력
12월, 함께 나누는 따뜻한 손길로
12월의 끝에서 비로소 시작되는 시간이 사람들의 마음이다.  잘 살아야 한다.

 

  •  12월, 한 해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며


 

12월은 한 해의 달력이 마지막 장에 이르는 순간이자, 계절의 끝과 새로운 시작이 맞닿아 있는 시간이다. 날씨는 가장 차갑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가장 따뜻해지는 역설의 계절이기도 하다.

 

거리에는 성탄 장식이 요란하고, 공기는 겨울 특유의 고요함으로 가득 찬다. 12월은 마치 오래된 책의 마지막 문장을 읽는 기분처럼 아쉬움과 마무리의 감정이 길게 이어지는 달이다.


 

■ 고요한 겨울빛의 교차

 

12월의 계절 현상은 정지된 시간에 가깝다. 첫눈이 내리고, 앙상한 나뭇가지는 바람 결에 조용히 흔들린다. 기온은 최저로 떨어지지만, 그 속에서 사람들은 따뜻함을 더 간절히 느낀다. 겨울밤이 길어지는 것은 자연이 우리에게 건네는 휴식의 신호다.

 

눈이 내리면 도시는 잠시 정숙해진다. 소음이 덜하고, 발자국 소리가 유독 또렷하다. 하루를 재촉하던 속도는 느려지고, 차갑던 공기 속에 오히려 사색이 녹아든다.


 

■  한 해의 끝에서 피어나는 감정들

 

문학에서 12월은 흔히 이별과 소망의 계절로 그려진다. 윤동주의 〈새해〉는 ‘지난해의 어두운 그림자를 지우고, 새해를 향한 희망을 더듬는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고, 장석주의 시 〈12월〉은 ‘한 해의 기억들이 눈송이처럼 차곡차곡 내려앉는다’고 읊는다.

 

많은 작가에게 12월은 마지막의 슬픔이 아니라 ‘출발점의 고백’이다. 해가 저물어 끝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마음속에서는 미래에 대한 전망이 싹튼다. 사람들은 자신을 돌아보고, 지나온 11개월의 흔적을 하나씩 정리하며 남은 시간을 조용히 축복한다.


 

■ 연말 심리와 따뜻한 연대

 

문화적으로 12월은 관계를 돌아보는 달이다.

도시는 화려한 불빛으로 채워지고, 사람들은 송년회·연말 모임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다. 평소엔 지나치던 안부가 유난히 따뜻해지고, 오랫동안 연락 없던 지인에게도 소식을 전한다.

카페에는 계절 한정 메뉴가 자리 잡고, 음악은 겨울 특유의 감성을 자극하는 발라드로 채워진다.

 

 이 모든 풍경은 12월의 문화가 ‘위로와 연대의 시간’임을 말해준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은 종교적 의미를 넘어 사회적 축제로 자리 잡았고, 사람들은 이 시간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다시 확인하며 마음을 나눈다.


 

■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그리다 

 

12월은 사회적으로 정리와 재정비의 달이다.

기업은 연말 평가와 조직 개편을 시행하고, 정부는 내년 예산과 정책 방향을 확정한다. 학교는 1년의 학사 과정을 마무리하며 방학에 들어가고, 시민들은 연차를 소진하기 위해 휴가를 계획한다.

 

자영업자에게는 가장 바쁜 달이기도 하다. 연말 회식과 모임이 많아지고, 소비가 증가해 연중 가장 활기찬 시장 분위기가 연출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사회적 고립, 연말 우울증, 빈부 격차에 따른 취약계층의 고통이 두드러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곳곳에서 기부와 봉사 활동이 활발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12월의 사회는 빛과 그림자가 공존한다. 모두가 축제를 즐기지는 못하지만, 누군가는 타인을 돕기 위해 손을 내밀고, 또 누군가는 그 손길로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이 또한 12월이 가진 인간적인 풍경이다.


 

■ 마무리와 다짐으로
 

12월이 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정리의 지혜’다.

잘한 일은 기억하고, 부족했던 일은 내려놓으며, 새로운 시작을 위한 마음가짐을 갖추는 것. 이것이야말로 12월이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깊은 의미다.

사람들은 이 시기에 다이어리를 정리하고, 새해 계획을 세우며, 한 해 동안 자신을 지탱해준 관계에 감사한다. 작은 선물과 따뜻한 말 한마디가 평소보다 큰 울림을 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 끝에서 비로소 시작되는 시간
 

12월은 끝이지만, 동시에 출발선이다.

눈은 가리기 위해 내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덮어 다시 걸을 수 있도록 해주는 자연의 배려다. 차갑고 고요한 계절 속에서 사람들은 다시금 자신을 다독이고, 다가올 시간에 대한 준비를 한다.

올해의 마지막 달, 이제 우리는 조용히 말한다.

 

‘수고 많았어, 그리고 내년에도 잘 해보자.’

 

그 다짐 속에서 12월은 비로소 우리에게 새로운 첫 페이지를 건넨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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