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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나누다” — 척 피니(Chuck Feeney), 35년간 10조 원을 세상에 돌려준 남자

진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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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을 때 모두 기부한다’는 원칙으로 평생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세계적 자선가의 이야기
척 피니 [퍼블릭 도메인]
척 피니 [퍼블릭 도메인]

1980년대부터 약 35년 동안 80억 달러(약 10조 8천억 원)를 기부한 자선가 척 피니(Chuck Feeney)의 삶은 현대 기부 문화의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미국 출신 사업가였던 그는 글로벌 면세점 기업을 공동 창업해 막대한 부를 얻었고, 이후 대부분의 재산을 교육·보건·사회 발전을 위해 조용히 사회에 환원했다.


그의 기부는 오랫동안 세상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이름을 내세우기보다 실제 변화를 만드는 데 집중했기 때문이다.


조용한 부자의 선택


척 피니는 면세점 체인 사업을 통해 거대한 자산을 축적했다. 그러나 그가 선택한 삶의 방향은 부를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부를 흘려보내는 것이었다.


그는 “죽은 뒤에 기부하기보다 살아 있을 때 직접 쓰는 것이 더 의미 있다”는 철학을 갖고 있었다. 이 신념은 이후 ‘기빙 와일 리빙(Giving While Living)’이라는 기부 철학으로 널리 알려졌다.


1980년대 그는 자신이 세운 자선 재단을 통해 기부를 시작했다. 재단은 미국뿐 아니라 아일랜드, 베트남, 남아프리카 등 여러 지역의 교육·보건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했다.


교육과 의료에 집중된 기부


그의 기부는 특정 분야에 집중되어 있었다.


가장 큰 비중은 교육과 의료 분야였다. 대학 연구 시설, 장학금, 공공 의료 시스템 개선 프로젝트 등이 주요 지원 대상이었다.


특히 아일랜드의 대학 연구 환경 개선 프로젝트는 그의 대표적인 기부 사례로 꼽힌다. 그의 재단 지원을 통해 대학 연구 인프라가 확충되고 수많은 학생들이 장학금 혜택을 받았다.


공공 보건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다. 병원 시설 확충, 의료 연구 지원, 공공 의료 프로그램 등에 자금이 사용되면서 지역 사회의 의료 접근성이 개선됐다.


익명 기부자의 15년


흥미로운 점은 그의 기부가 오랜 기간 비밀에 가까웠다는 사실이다.
척 피니는 자신의 이름이 드러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재단을 통해 진행된 대부분의 기부는 익명으로 이루어졌다.
그의 존재가 널리 알려진 것은 1990년대 후반이었다. 재단 운영 구조가 공개되면서 막대한 규모의 기부가 한 개인으로부터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 그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자선가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단순한 삶, 거대한 나눔


막대한 재산을 기부했지만 그의 생활 방식은 검소했다.


그는 개인 전용 비행기나 대저택을 소유하지 않았다. 비교적 평범한 아파트에서 생활했고, 대중적인 생활 방식을 유지했다.
그의 삶은 ‘부를 가진 사람의 삶’이라기보다 “필요한 만큼만 쓰고 나머지는 사회에 돌려준다”는 철학에 가까웠다.
이러한 태도는 많은 기업가와 자선가에게 영향을 주었다.


세계 기부 문화에 남긴 영향


척 피니의 철학은 이후 세계적인 기부 운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Bill Gates)와 투자자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이 시작한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 운동 역시 “부유한 사람들은 재산의 상당 부분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두 사람은 여러 차례 인터뷰에서 척 피니의 기부 철학을 중요한 영감 중 하나로 언급하기도 했다.


마지막까지 이어진 약속


2020년, 그의 재단은 공식적으로 활동을 마무리했다.
이 시점까지 그가 사회에 환원한 금액은 약 80억 달러에 달했다. 

그는 사실상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기부하며 약속을 지켰다.


재단이 문을 닫던 날, 그는 짧은 메시지를 남겼다.


“우리가 할 수 있었던 일에 감사한다.”


남겨진 것은 ‘가능성’이라는 이야기


척 피니의 삶은 단순한 기부 기록 이상의 의미를 남긴다.
그는 부의 크기보다 부를 어떻게 사용하는가라는 질문을 사회에 던졌다. 그리고 그 답을 자신의 삶으로 보여주었다.


거대한 이름을 남기기보다 조용히 세상을 바꾸려 했던 한 사람의 선택.


그가 남긴 이야기는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기부와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진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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