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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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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인의 친구, 오동찬 소록도병원 의료부장
한센인들은 그를 우리의 친구라고 부른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그를 소록도의 슈바이처라고 기억한다. 의사라는 이름에 담긴 가장 아름다운 의미를 보여준 사람이다.

“환자 곁을 지키는 것이 의사의 길”

한센인의 친구, 소록도의 슈바이처 오동찬 의사 이야기

 

 

전남 고흥의 작은 섬 소록도. 한때 사회로부터 버림받고 차별받았던 한센인들의 아픔이 켜켜이 쌓인 이곳에는 30년 넘게 환자들과 함께 살아온 한 의사가 있다. 바로 오동찬 소록도병원 의료부장이다. 그는 최근 의료 봉사와 헌신의 공로를 인정받아 호암상을 수상하며 다시 한 번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오 부장은 자신을 향한 찬사보다 환자들의 삶을 먼저 이야기한다. 그에게 소록도는 근무지가 아니라 삶의 터전이었고, 환자들은 치료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었다.


 

“한센인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만났습니다”

 

1990년대 초 소록도병원에 첫발을 내디딘 오동찬 부장은 당시만 해도 사회적 편견이 남아 있던 현실을 마주했다. 한센병은 치료가 가능해졌지만, 환자들이 겪는 차별과 외로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많은 환자들은 가족과 단절된 채 살아가고 있었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욱 깊은 고독 속에 놓여 있었다. 오 부장은 진료실에서 병만 치료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환자들의 집을 찾아가 안부를 묻고, 생활환경을 살피고, 가족처럼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환자들이 병원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진정한 의료가 시작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한 환자는 “의사 선생님이 아니라 자식 같았다”며 “아플 때뿐 아니라 외로울 때도 찾아와 손을 잡아주었다”고 회상했다.


 

의료인의 자리는 언제나 환자 곁이다

 

오 부장이 늘 강조하는 말이 있다.

“의료인의 자리는 언제나 환자 곁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피하지 말아야 한다.”

그는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달려갔다. 태풍이 몰아치고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도 환자가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 가장 먼저 현장으로 향했다.

 

코로나19 유행 시기에도 그는 소록도를 지켰다.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환자들이 느낄 불안과 공포가 더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는 “환자가 의사를 필요로 하는 순간에 곁에 있어 주는 것이 의료인의 책임”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신념은 동료 의료진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었다. 후배 의사들은 오 부장을 두고 “의술보다 먼저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준 스승”이라고 평가한다.


 

헌신이 아니라 행복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그의 삶을 ‘희생’과 ‘헌신’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그러나 정작 오 부장은 그런 표현을 부담스러워한다.

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나는 희생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행복했다”고 말했다.

31년 동안 소록도에서 살아오며 수많은 환자의 마지막을 지켜봤고, 또 많은 환자들이 건강을 되찾아 웃는 모습도 보았다. 그 과정에서 자신 역시 삶의 의미를 배웠다고 말한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 선택하라고 해도 똑같이 소록도를 선택할 것입니다.”

이 한마디에는 그의 진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명예나 보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자신의 행복이었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우리 사회가 기억해야 할 이름

 

오늘날 의료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첨단 장비와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의료의 본질은 여전히 사람을 향한 따뜻한 마음에 있다.

 

오동찬 부장의 삶은 그 사실을 다시 일깨워 준다. 환자의 상처를 치료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외로움과 아픔까지 함께 나누려 했던 그의 발걸음은 소록도 곳곳에 남아 있다.

 

한센인들은 그를 ‘우리의 친구’라고 부른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그를 ‘소록도의 슈바이처’라고 기억한다.

그러나 어쩌면 그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은 따로 있을지 모른다. 31년 동안 묵묵히 환자 곁을 지킨 한 사람, 의사라는 이름에 담긴 가장 아름다운 의미를 보여준 사람. 그것이 바로 오동찬이라는 이름이 우리에게 남긴 감동일 것이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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