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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엄마의 기준이 달라 졌어요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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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렬한 워킹맘 일하는 엄마의 보람
이제는 엄마도 자신의 꿈과 삶을 존중 받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가족 역할의 재구성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엄마가 꼭 집에 있어야 하나” — 달라진 육아관, 한국 사회의 인식이 변하고 있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25년 조사 결과는 한국 사회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미취학 자녀가 있더라도 여성은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은 크게 높아졌고, 

반대로 “엄마가 직장에 나가면 아이 성장에 부정적”이라는 응답은 감소했다.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졌던 ‘엄마의 전업 육아’ 개념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가치관 변화가 아니다. 한국 사회의 가족 구조와 노동 문화, 돌봄 체계 전체가 새로운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좋은 엄마”의 기준이 달라졌다

 

과거 한국 사회에서 이상적인 어머니상은 집 안에서 아이를 돌보며 헌신하는 모습에 가까웠다. 

산업화 시대에는 남성은 생계를 책임지고 여성은 가정을 책임지는 역할 분담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특히 아이 교육과 정서 돌봄은 거의 전적으로 어머니의 몫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시대는 달라졌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고 전문직 진출이 확대되면서 여성의 노동은 더 이상 ‘부수입’의 개념이 아니게 됐다. 

자신의 능력을 펼치고 사회에 참여하는 것은 여성 개인의 권리이자 삶의 가치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서울의 한 직장인 박모(37) 씨는 “아이를 사랑하지 않아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가족의 미래를 위해 일하는 것”이라며 

“이제는 엄마도 자신의 꿈과 삶을 존중받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맞벌이, 선택 아닌 현실이 되다

 

경제적 환경 역시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치솟는 주거비와 교육비, 생활비 속에서 한 사람의 소득만으로 가정을 유지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맞벌이는 더 이상 특별한 선택이 아니라 상당수 가정의 현실이 됐다.

 

특히 젊은 세대는 육아를 부부 공동 책임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과거처럼 “엄마가 아이를 전담해야 한다”는 인식보다 아버지도 함께 돌봄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늘고 있다. 실제로 남성 육아휴직 사용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문화사회학자들은 이를 ‘가족 역할의 재구성’이라고 분석한다.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는 단순히 노동시장 참여의 의미를 넘어, 가정 안에서 권한과 책임의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남아 있는 돌봄의 부담

 

그러나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다. 여성들은 직장과 육아를 동시에 감당하며 이중 부담을 호소한다. 경력 단절 문제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일부 기업에서는 출산 이후 승진이나 핵심 업무 배치에서 보이지 않는 불이익이 존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돌봄 인프라 부족 역시 큰 과제다. 

국공립 어린이집 부족과 긴 대기 문제, 방과 후 돌봄 공백은 여전히 많은 부모들의 고민거리다. 

결국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가 진정한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국가와 사회의 제도적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돌봄을 더 이상 특정 개인, 특히 여성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기업의 유연근무 확대와 국가의 공공 돌봄 강화, 가족 내부의 역할 분담 문화가 동시에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함께 키우는 사회”로의 가치관 이동

 

한국 사회는 지금 중요한 전환점 위에 서 있다. 

한때는 ‘집에 있는 엄마’가 좋은 엄마의 상징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부모 모두가 함께 아이를 키우며 삶의 균형을 찾는 방향으로 가치관이 이동하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엄마가 집에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가 안정감 속에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사회 전체가 얼마나 함께 만들어 가느냐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 돌봄을 개인의 희생이 아닌 사회의 공동 책임으로 바라보는 시선, 

그것이 변화하는 한국 사회가 향하는 새로운 방향일지도 모른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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