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경제/정치
경제

코스피 7000, 축포 속의 그늘

류재근 기자
입력
반도체 투톱이 전체 47% 차지
화려한 불꽃은 언제나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축포가 터진 뒤 결국 남는 것은 시장의 본질과 경제의 기초 체력이다.

“코스피 7000 시대”

 — 축포 뒤 가려진 한국 증시의 그림자

 

 

최근 국내 증시가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며 코스피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 7000조원을 넘어섰다. 

불과 1년 반 만에 지수가 3배 가까이 치솟으며 시장은 연일 “코스피 7000 시대”를 외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열풍과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국내 증시에는 글로벌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숫자 뒤에서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과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이번 상승장의 중심에는 국내 반도체 ‘투톱’이 자리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비중이 전체 코스피의 약 47%에 달하면서 사실상 국내 증시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AI 반도체 수요 증가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확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 경쟁이 이어지며 두 기업의 주가가 폭등했고, 그 결과 지수 전체가 급격히 상승했다.

 

문제는 이러한 상승이 시장 전반의 체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느냐는 점이다. 실제로 상당수 중소형 종목과 전통 제조업, 내수기업들은 여전히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수는 역사적 고점을 경신했지만 체감 경기는 냉랭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김모 씨는 “뉴스에서는 코스피가 사상 최고라고 하는데 손님은 오히려 줄었다”며 “주식시장과 현실경제가 너무 동떨어져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의 과도한 집중 구조를 가장 큰 위험 요소로 지적한다. 

특정 산업과 소수 대기업이 지수를 좌우하는 구조에서는 외부 충격 발생 시 시장 전체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 강화나 글로벌 경기 둔화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증시 역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부의 양극화’다. 최근 증시 상승으로 자산가들의 금융 수익은 크게 늘었지만   주식 투자 경험이 없는 서민층은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 부담과 고물가, 청년층의 취업난 속에서 “주식으로 돈 버는 사람만 더 부자가 된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2030 세대 사이에서는 고위험 레버리지 투자나 ‘빚투’가 다시 증가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기업 지배구조 문제 역시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가 높은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낮은 배당 성향과 불투명한 지배구조, 대주주 중심 경영 문화가 개선되지 않는 한 장기적인 시장 신뢰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낙관론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IT버블과 코로나19 이후 유동성 장세 때처럼 특정 산업에 과도한 기대가 몰릴 경우 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이 단기 급등 흐름에 편승해 무리한 투자에 나설 경우 조정장이 왔을 때 피해가 커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의 장기 성장 가능성 자체는 높게 평가한다. 

AI와 반도체, 바이오, 2차전지 등 미래 산업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진정한 ‘코스피 7000 시대’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지수 상승을 넘어 시장의 체질 개선과 산업 다변화, 그리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 회복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려한 불꽃은 언제나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축포가 터진 뒤 남는 것은 결국 시장의 본질과 경제의 기초 체력이다. 

지금 한국 증시에 필요한 것도 숫자의 환호보다 지속 가능한 성장에 대한 냉정한 점검인지 모른다.


 

류재근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