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유학생 쟁탈전이 치열하다

“학생인가 근로자인가”
지방대 살리려다 커지는 유학생 부작용
학령인구 감소로 존립 위기에 놓인 국내 일부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 유치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등록금 수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유학생은 대학 재정의 새로운 버팀목이 되고 있지만 무분별한 유치 경쟁이 각종 사회적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수업보다 아르바이트에 몰두하는 유학생, 급증하는 불법 체류자, 부실한 학사 운영 문제가 동시에 드러나면서 “대학의 생존 전략이 교육의 본질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계에 따르면 지방 소재 일부 대학들은 정원 미달 사태를 막기 위해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지역 학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부 대학은 현지 유학 설명회를 열고 한국 취업 가능성과 생활 편의성을 강조하며 학생 모집에 집중한다. 대학 입장에서는 등록금 확보와 대학평가 지표 개선이라는 현실적 이유가 크다.
실제로 외국인 학생 수는 최근 10년 사이 크게 늘어났고, 지방 대학 상당수는 유학생 비율이 학교 운영의 중요한 축이 됐다.
문제는 교육보다 “체류”와 “노동”이 목적이 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수도권 한 전문대 관계자는 “일부 학생들은 수업 참여보다 생활비 마련을 우선시한다”며
“출석만 겨우 채우고 공장이나 식당에서 장시간 일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학생들 사이에서는 “하루만 수업하고 나머지는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온다.
최저임금 상승과 인력난으로 외국인 노동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서 유학생 신분은 상대적으로 한국 입국이 쉽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대학 역시 이를 묵인하거나 관리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일부 학교는 유학생 확보 실적에만 집중한 나머지 한국어 능력이나 학업 수행 능력을 충분히 검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어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운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강의 수준 저하 논란도 나온다.
한 지방대 교수는 “수업 시간에 학생 상당수가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 사실상 기초 한국어 교육 수준으로 수업이 변질되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더 큰 문제는 불법 체류 증가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유학생 출신 불법 체류자는 지난 10년 사이 약 5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학업을 중단한 뒤 체류 기간을 넘겨 국내에 머무르며 취업하는 사례가 증가한 것이다. 특히 제조업과 서비스업 현장의 인력난이 심화되면서 일부 업체들이 불법 체류 상태의 외국인 노동력을 사실상 방치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사회의 시선도 엇갈린다.
대학가 상권은 유학생 증가로 활기를 되찾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임금 질서 왜곡과 치안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반면 유학생들 역시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한다.
등록금과 생활비 부담이 큰 데다 언어 장벽까지 겹치면서 생계를 위해 장시간 노동에 내몰린다는 것이다.
한 베트남 출신 유학생은 “한국에 공부하러 왔지만 현실은 일하는 시간이 훨씬 많다”며 “돈을 벌지 않으면 생활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유학생 숫자를 늘리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교육의 질 관리와 체류 관리 시스템을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정책 전문가는 “유학생 정책이 대학 재정 보완 수단으로만 활용되면 결국 한국 고등교육 전체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언어 교육과 생활 지원, 출석 관리, 취업 연계 시스템 등을 종합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의 생존 위기와 산업 현장의 노동력 부족, 외국인 청년들의 한국행이 맞물리며 유학생 문제는 이제 단순한 교육 이슈를 넘어섰다.
숫자 경쟁에 매몰된 유학생 정책이 한국 사회의 또 다른 그늘이 되지 않기 위해 보다 정교한 제도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