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서 빛나던 그 사람, 떠나며 다섯 생명에 빛을 남기다”
![[사진 제공 한국장기조직기증원]](https://santanews.cdn.presscon.ai/prod/140/images/20251016/1760566384625_680142426.jpeg)
춤과 연극으로 삶을 노래하던 한 남성이 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사랑을 나눴다.
연극인 박현덕(60) 씨는 지난 7일, 뇌사 판정을 받은 뒤 심장과 폐, 간, 양쪽 신장을 기증해 다섯 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또한 인체조직 기증으로 백여 명의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을 나눴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박 씨는 지난 8월 수영 중 갑작스러운 뇌내출혈로 쓰러져 긴급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평소 “삶의 끝에는 내 몸과 마음을 다른 이들에게 나누고 싶다”고 말해온 그의 뜻을 가족이 이어받아, 기증의 결심을 내렸다.
“예술로 웃음을 주고, 봉사로 마음을 나눈 사람”
경남 남해군 상주면에서 태어난 박 씨는 대학 시절 동아대학교 풍물패에서 활동하며 예술의 길을 걸었다.
졸업 후 극단 ‘자갈치’에 들어가 연극과 탈춤, 마당놀이를 배우며 지역 문화예술을 지켜왔다. 이후 객원 배우이자 예술 강사로서 전국 곳곳을 누비며 마당극, 풍물, 탈춤 공연을 이어왔다.
그의 무대는 단순한 연기가 아니라 ‘함께 사는 삶’의 표현이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연극에 배우로 참여했고, 지역 시민단체와 연대해 생명과 환경을 지키는 활동에도 앞장섰다.
그는 열정적이면서도 늘 따뜻했다. 10년 넘게 헌혈을 40회 이상 이어왔고, 농사로 얻은 작물은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곤 했다. 공연이 없는 날에는 마을의 아이들을 위해 탈춤을 가르치며 “예술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늘의 별이 된 당신, 여전히 많은 이의 삶 속에 빛나고 있어요”
아내 김혜라 씨는 “열정적이고 자유로웠던 당신은 무대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다”며 “이제는 다섯 명에게 새 생명을, 백 명이 넘는 이들에게 희망을 남겼다.
자연 속에서 순응하며 살고 싶다던 바람처럼, 당신은 그렇게 떠났다”고 눈물로 고인을 추억했다.
박 씨의 삶은 무대 위뿐 아니라, 그가 남긴 나눔의 흔적 속에서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그의 마지막 무대는 화려한 조명 아래가 아니라, 다섯 생명의 심장 속에서 조용히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