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빨리 걷기가 건강에 좋다

“무조건 만보”는 옛말 — 짧고 빠르게 걷기 열풍
일본 연구진 “속도 높인 인터벌 걷기, 심폐·혈관 건강 개선 효과 더 커”
건강을 위해 하루 1만보를 걷는 것이 오랫동안 ‘국민 건강 공식’처럼 여겨져 왔다.
스마트워치와 휴대전화 앱은 걸음 수를 경쟁하듯 기록했고, 직장인들은 퇴근 후 일부러 동네를 돌며 만보를 채우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걷기 문화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단순히 오래 걷는 것보다 “짧게라도 빠르게 걷는 방식이 건강에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운동의 패러다임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일본 신슈대학교 의학대학원 연구진은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빠른 속도로 걷는 인터벌 방식이 일반적인 천천히 걷기보다 심폐 기능과 혈압, 근력 개선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3분 정도 빠르게 걷고, 다시 천천히 걷는 과정을 반복하게 했는데, 이러한 ‘인터벌 걷기’가 체지방 감소와 혈관 건강 향상에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핵심이 “걷기의 양”에서 “걷기의 질”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과거에는 하루 총 걸음 수 자체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심장이 약간 빨리 뛰고 숨이 차는 수준의 운동 강도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실제로 느린 산책 수준의 걷기는 활동량을 늘리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심폐 지구력 향상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재활의학과 전문의는 “사람마다 체력 차이는 있지만, 약간 숨이 차고 대화가 짧아지는 정도의 속도로 걸을 때 심혈관 자극 효과가 커진다”며 “짧은 시간이라도 강도를 높이면 운동 효율이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바쁜 직장인들에게는 1시간 이상 걷기보다 20~30분 집중적으로 걷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변화는 도시인의 생활 방식과도 맞물려 있다.
장시간 걷기를 실천하기 어려운 현대인들이 ‘짧고 굵은 운동’을 선호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도심 공원이나 아파트 단지에서는 이어폰을 끼고 빠른 걸음으로 걷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스마트워치 역시 최근에는 단순 걸음 수보다 심박수와 운동 강도를 중심으로 건강 데이터를 제공하는 추세다.
다만 전문가들은 무조건 빠르게 걷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조언한다.
고령층이나 관절 질환이 있는 경우 갑작스러운 속도 증가가 무릎과 허리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준비 운동과 스트레칭 없이 과도하게 속도를 높이면 오히려 부상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따라서 자신의 체력 수준에 맞춰 점진적으로 속도를 높이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걷기 문화의 변화는 우리 사회의 건강 인식이 세밀해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단순히 “많이 움직이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제한된 시간 안에서 효율적으로 건강을 관리하려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하루 만보의 숫자에 얽매이기보다 자신의 몸 상태와 운동 강도를 고려한 ‘똑똑한 걷기’가 새로운 건강 습관으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특히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한국에서 걷기는 가장 안전하고 접근성이 높은 운동으로 꼽힌다.
비용 부담이 적고 장소 제약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요한 것은 매일 꾸준히 몸을 움직이는 습관”이라며 “짧더라도 리듬감 있게 걷는 생활이 건강 수명을 늘리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