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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개국에서 시력을 선물한 안과의사, 김동해의 끝없는 여정

산타뉴스 성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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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수술 후에도 멈추지 않는 ‘빛의 봉사자’… “세상의 어둠 속에 희망을 심는다”
 [사진제공 명동성모안과 facebook]
[사진제공 명동성모안과 facebook]

 

 

좁은 수술실 한쪽에서 환자들이 줄을 선다.
빛을 잃은 눈, 오래된 백내장, 그리고 기다림.
그 앞에서 김동해 안과의사는 묵묵히 메스를 든다.
그의 손끝이 한 번 움직일 때마다, 한 사람의 인생이 다시 빛을 본다.

 

2002년 첫 해외 의료봉사 이후 지금까지 40개국을 돌았다.
그가 속한 국제구호단체 ‘비전케어’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실명 위기 환자들에게 무료로 수술을 제공해 왔다.


비행기 표는 사비로, 장비는 모금으로 마련했다.
그는 “돈 쓰러 가는 일인데, 이렇게 즐거운 일은 없다”고 말한다.

“아프리카 실명자의 대부분은 치료만 받으면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수술 후 가족 얼굴을 처음 본 환자들의 표정을 보면… 그 순간 세상에 다시 태어난 기분이에요.”

 

 

“보고 싶은 건 결국 사랑하는 얼굴이에요.”

 

김동해 이사장은 늘 환자들의 첫 시선을 기억한다.
빛을 되찾은 이들이 처음 보는 것은 하늘도 풍경도 아닌 가족의 얼굴이었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알아요.


‘내 아들이구나, 내 딸이구나’ 그 눈빛 하나면 다 전해집니다.”

 

첫 봉사에서 수술해 준 한 여성 환자가 최근 다시 그를 찾아왔다.
“선생님, 이제 잘 보여요.”
그녀는 웃으며 바늘을 들어 실을 꿰었다.
그 장면은 김 이사장에게 의사로서의 모든 보람이 응축된 순간이었다.

 

 

병들어도 멈추지 않는다

 

그는 최근 암 수술을 받았고, 목 디스크로 고생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짐을 싸고 있다. 이번 행선지는 모로코.
“몸이 완벽할 때만 일할 수는 없잖아요.
누군가 오늘도 어둠 속에서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그는 의료진 교육과 장비 지원에도 힘을 쏟는다.
“우리가 떠난 뒤에도 현지 의사들이 수술을 이어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남기는 것,
그게 진짜 봉사라고 생각합니다.”

 

20년 넘게 이어진 여정 속에서 그는 수많은 고비를 만났지만,
그는 언제나 ‘보이는 세상’을 선택했다.


그에게 봉사는 직업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다.

“내가 가진 의술은 나눠질 때 비로소 의미가 생겨요.
빛을 되찾은 사람들이 가족을 보는 그 찰나,
그 표정이 저를 다시 움직이게 합니다.”


 

산타의 시선

 

세상에는 소리 없이 선물을 건네는 사람들이 있다.
김동해 이사장은 그중에서도, 어둠 속에 빛을 나누는 사람이었다.
그의 선물은 물질이 아니라 ‘다시 볼 수 있는 하루’였다.


누군가의 세상에 다시 아침이 찾아올 수 있도록, 그는 오늘도 가방을 싼다.
산타의 마음이란 아마 이런 걸 것이다 — 

보답을 바라지 않고, 그저 누군가의 눈에 다시 빛이 켜지는 순간을 믿는 마음.
 

성연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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