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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과 멀어지는 아이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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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살 무렵부터 영어 암기 사교육 극성
동화책을 읽자. 지금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것은 아이가 아이답게 성장할 시간이다.

두 살부터 영어 암기 — 조기 사교육 열풍,  아이들의 문해력과 정서를 잠식하다


 

최근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조기 사교육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교육의 본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가정에서는 두 살 무렵부터 영어 단어와 문장을 암기시키는 교육이 일상화되고 있으며, 이는 ‘출발선 경쟁’을 앞당기려는 부모들의 불안 심리와 맞물려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학부모 김모(38) 씨는 ‘주변에서 다들 영어유치원이나 방문 수업을 시키다 보니 뒤처질까 걱정돼 시작했다. 아이도 힘들어하지만 멈추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제로 유아 대상 영어학원, 놀이식 학습 프로그램, 방문 교사 서비스 등은 매년 시장 규모를 키우며 유아 교육 산업화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조기교육이 아이들의 발달 단계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동발달 전문가 이모 교수는 ‘유아기는 언어의 양보다 경험의 질이 중요한 시기’라며 ‘억지 암기식 학습은 문해력의 기초가 되는 사고력과 상상력을 오히려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반복적인 영어 노출이 한국어 언어 발달을 충분히 형성하기 전에 이뤄질 경우 이중 언어 모두에서 깊이 있는 이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서적 측면에서도 부작용이 적지 않다. 유아교육 전문가 박모 박사는 ‘놀이와 또래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성과 감정을 배우는 시기에 학습 중심 환경에 오래 노출되면 스트레스와 자기효능감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성취 중심 교육은 아이를 학습 대상으로만 보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온다. 수도권의 한 어린이집 교사는 ‘이미 학습에 지친 상태로 등원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자유 놀이 시간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피로감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조기 사교육 열풍의 배경으로 불안 경쟁 사회를 꼽는다. 좋은 대학, 안정된 직장으로 이어지는 경로가 점점 좁아지면서 교육 시기를 앞당기려는 심리가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이 장기적으로 아이의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지는 여전히 논쟁적이다.
 

대안으로는 전인교육의 회복이 제시된다. 이는 지식 습득 중심을 넘어 놀이, 예술, 신체활동, 사회적 관계 형성을 균형 있게 포함하는 교육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유아기에는 학습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언어와 감정을 자연스럽게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조기교육의 성과를 단기적 결과로 판단하기보다, 아이의 평생 발달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빠른 출발이 반드시 더 먼 도착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과열된 조기 사교육 시장 속에서, 지금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것은 ‘아이답게 성장할 시간’인지도 모른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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