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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유학생의 알바 천국이 된 서울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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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고용과의 충돌, 해법은 무엇인가
청년과 유학생 모두에게 지속 가능한 일자리 생태계 설계는 서울이 글로벌 미래 도시로 나아가는 길이다

 

 


서울 주요 상권에서 외국인 유학생이 운영의 한 축을 담당하는 풍경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대학가 카페에서부터 편의점, 배달·물류 보조 인력까지, 이른바 저진입 서비스 일자리에서 유학생 고용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한 대학가 카페 업주는 ‘구인 공고를 내면 한국인 지원은 거의 없고, 외국인 유학생들 문의가 대다수’라며 주말과 야간에 기꺼이 일하겠다는 유학생 덕에 가게를 유지한다고 털어놓았다.

이 같은 변화는 서울의 고용 지형 변화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정규직 초입에서 장벽을 마주한 청년들이 그동안 생활비를 충당하던 아르바이트 시장에서조차 외국인 유학생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어서다. 

실제 편의점·카페 업주들 사이에서는 청년 구하기가 더 어렵다는 목소리가 늘고, 현장에서는 외국인 유학생의 시간제 근무가 이미 일상화된 지 오래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청년고용 문제와 맞물리며 새로운 고용 불균형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유학생 아르바이트 증가를 단순히 한국 청년의 기피탓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저임금, 불규칙 근무, 사회보험 미적용 등 구조적 열악함이 개선되지 않은 채, 상대적으로 취약한 외국인 유학생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 청년정책 연구자는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안정적인 근무환경과 경력으로 이어질 기회’라며 현재의 아르바이트 시장은 양질의 일자리라기보다는 임시적 생계노동에 가깝기 때문에 청년층이 지속적으로 머물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반면 외국인 유학생에게는 학비·생활비 마련을 위해 어떤 일자리든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특정 업종이 외국인 중심으로 재편되는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장기적으로 양측 모두에게 이로운 현상은 아니다. 학업과 무관한 저숙련 단기노동에 과도하게 매달리는 유학생은 학업 성취와 장기 진로에 불리한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청년들은 단순노동 일자리가 줄어드는 동시에 경력형 일자리 진입도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노동시장이 전체적으로 저부가가치 단기 일자리 중심으로 고착되는 악순환도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청년고용 구조를 개선하는 동시에 유학생 노동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이중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유학생의 근로시간·신고제도·임금조건을 명확히 관리해 불법·과로 노동을 막고, 청년에게는 단순 알바를 넘어 산업 인턴십, 지역 연계 일경험 프로그램, 혁신 서비스업 직무 등 경력형·기술형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는 사다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울은 이제 글로벌 유학생이 모이는 국제 도시다. 그들의 노동은 지역경제의 활력이지만, 청년고용과 충돌하는 순간 사회적 비용은 커진다. 

 

‘외국인 유학생 알바 천국’이라는 이면의 구조적 문제를 직시하고, 청년과 유학생 모두에게 지속 가능한 일자리 생태계를 설계하는 것. 그것이 서울이 미래세대와 함께 성장하는 진정한 글로벌 청년도시로 나아가는 길이라는 지적이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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