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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성향 다르면 결혼 힘들어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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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갈라놓은 연애와 결혼
사랑과 결혼이 진영논리의 연장이 될 때, 우리 사회는 더 잘게 쪼개진다.  정치 양극화를 극복하고 함께 살아가는 기술이 더욱 절실하다.

2030세대의 선택은 자유인가 구조인가


 

정치 양극화가 사회 전반의 균열로 확산되면서, 

그 여파는 이제 연애와 결혼이라는 가장 사적인 영역까지 침투하고 있다. 

 

정치 성향이 다르면 결혼은 어렵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인식이 2030세대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과거에는 종교·지역·직업이 결혼의 주요 변수였다면, 이제는 정치적 가치관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모양새다.


 

실제 사례를 보면 변화는 뚜렷하다. 서울의 한 직장인 커플은 교제 3년 만에 결별했다. 

갈등의 직접적인 계기는 선거였다. 

한쪽은 복지 확대와 성평등 정책을 지지했고, 다른 한쪽은 시장 경쟁과 안보를 우선시했다. 

처음에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며 넘겼지만, 투표 이후 이어진 토론은 상대의 세계관 전체를 부정하는 방향으로 치달았다. 

결혼을 앞두고 아이 교육, 군복무, 부동산 정책까지 논쟁이 번지자 결국 이별을 택했다.


 

또 다른 예로, 소개팅 시장에서는 아예 정치 성향을 사전 조건으로 거르는 일이 일상화되고 있다. 일부 데이팅 앱에서는 가치관 항목에 정치적 입장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문구가 등장했고, 

이를 근거로 매칭을 거절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시간 낭비를 줄이기 위한 합리적 선택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타협 불가능한 진영 논리가 작동하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개인의 취향 문제를 넘어 사회적 양극화를 고착화한다는 점이다. 

비슷한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끼리만 결합하고 가족을 이루면, 

가정은 자연스럽게 동질적 가치관의 섬이 된다. 

서로 다른 의견을 일상에서 접하고 조정하는 경험은 줄어들고, 

다음 세대는 부모의 정치적 세계관을 거의 그대로 물려받는다. 

정치적 분리가 혈연과 혼인으로 구조화되는 셈이다.


 

2030세대의 불안정한 현실도 이 현상을 부추긴다. 

취업난, 주거 불안, 자산 격차 속에서 정치는 생존 문제와 직결된다. 

정책 선택에 따라 내 삶의 궤적이 달라진다고 느끼는 세대에게 정치 성향은 단순한 의견이 아니라 삶의 전략이다. 

이 때문에 정치적 불일치는 곧 삶의 방향성 충돌로 인식되고, 결혼이라는 장기적 결합에 대한 리스크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은 사회적 비용을 동반한다. 

우선 결혼과 출산의 진입 장벽이 더 높아진다. 이미 높은 기준 위에 또 하나의 배제 조건이 얹히면서 선택지는 줄어든다. 또한 사회적 신뢰가 약화된다. 

정치적 대립 성향을 이해하거나 공존하려는 노력 대신, 회피와 차단이 합리적 선택으로 정당화되기 때문이다.


 

해결의 실마리는 개인의 인식 전환과 사회적 장치의 병행에 있다. 

개인 차원에서는 정치 성향과 인간의 전부를 동일시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정책에 대한 입장과 인격, 삶의 성실함은 분리해 볼 수 있어야 한다. 

의견 충돌을 설득이나 승리의 문제가 아니라 공존의 기술로 다루는 대화 훈련도 중요하다.


 

사회적으로는 정치 갈등을 완화하는 공론장이 필요하다. 

자극적 프레임과 혐오를 증폭시키는 환경 속에서, 차이를 안전하게 토론할 수 있는 중간 지대가 사라졌다. 

대학, 직장, 지역 커뮤니티에서 이념을 넘는 협력 경험을 설계하고, 공통의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춘 참여 모델을 확산해야 한다.


 

정치는 삶을 설명하는 중요한 언어이지만, 삶 전체를 대체할 수는 없다. 

사랑과 결혼이 진영 논리의 연장선이 될 때, 사회는 더 단단해지기보다 더 잘게 쪼개진다. 

2030세대가 직면한 선택은 분명 냉혹하다. 

그러나 차이를 관리하는 능력까지 포기할 필요는 없다. 

정치가 갈라놓은 시대일수록, 함께 사는 기술은 더욱 절실하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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