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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우리 교육을 생각한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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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는 힘은 모든 공부의 기초
교실에서 교육의 변화가 충분히 축적된 뒤 평가가 그 변화를 따라가야 한다. 수능 개편보다 먼저 열심히 읽고 쓰는 교실부터 만들어 져야 한다.

수학능력시험, 서술·논술형 전환

 - 읽고 쓰는 교실부터 만들자

 

정답 고르는 교육에서 생각을 표현하는 

교육으로 

 

평가 혁신보다 수업 혁신이 먼저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서술·논술형 평가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교육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객관식 문제에서 정답 하나를 고르는 방식만으로는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사고력과 창의력, 문제 해결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그러나 시험 방식만 바꾼다고 교육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수능을 바꾸기에 앞서 우리 교실을 읽고 생각하고 쓰는 공간으로 바꾸는 일이 먼저다.

 

정답을 찾는 학생, 생각을 쓰지 못하는 학생

 

우리 교육은 오랫동안 정답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는 능력을 중시해 왔다. 학생들은 지문을 깊이 이해하기보다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기술을 익히고, 자신의 생각을 문장으로 구성하기보다 문제 유형과 풀이 공식을 반복해서 학습해 왔다.

 

그 결과 긴 글을 읽고 핵심을 파악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디지털 환경이 일상화되면서 짧고 빠른 정보에 익숙해진 것도 긴 글을 읽고 사유하는 힘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서술·논술형 평가는 바로 이 지점에서 의미가 있다. 무엇을 알고 있는가뿐 아니라 알고 있는 내용을 어떻게 연결하고 해석하며 표현하는가를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험보다 먼저 수업이 달라져야

 

문제는 준비 과정이다. 현재의 수업 방식을 그대로 둔 채 수능에 서술·논술형 문항만 추가한다면 또 다른 사교육 시장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논술학원과 첨삭 과외가 늘어나고 가정의 경제력에 따라 글쓰기 교육의 격차가 커질 수도 있다.

 

따라서 변화는 초등학교 교실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한 권의 책을 천천히 읽고 내용을 요약해 보고, 자신의 생각을 몇 문장이라도 직접 써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중·고등학교에서도 국어뿐 아니라 사회·과학·역사 등 모든 교과에서 읽기와 쓰기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

 

과학 현상을 자신의 언어로 설명하고, 역사적 사건의 원인과 결과를 글로 정리하며, 사회문제를 여러 관점에서 읽고 자신의 주장을 근거와 함께 표현하는 수업이 일상이 되어야 한다.

 

읽고 쓰는 힘은 모든 공부의 기초

 

글쓰기는 단순히 문장을 잘 만드는 기술이 아니다. 머릿속에 흩어진 생각을 정리하고,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며, 근거를 찾아 자신의 판단을 세우는 과정이다. 결국 잘 쓰기 위해서는 먼저 잘 읽어야 하고, 잘 읽기 위해서는 오래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이 몇 초 만에 답을 만들어 주는 시대일수록 인간에게 필요한 능력은 정답을 외우는 힘보다 질문하고 판단하며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는 힘이다.

 

수능 서술·논술형 전환의 성패도 새로운 문제 유형을 얼마나 정교하게 만드는가에만 달려 있지 않다. 학교가 모든 학생에게 충분히 읽고 쓰고 생각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시험이 교실을 끌고 가서는 안 된다. 교실에서 교육의 변화가 충분히 축적된 뒤 평가가 그 변화를 따라가야 한다. 아이들이 책을 펼쳐 천천히 읽고, 생각하고, 토론하고, 자신의 문장으로 써 내려가는 교실. 수능 개편보다 우리가 먼저 만들어야 할 교실의 모습이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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