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이 앞서는 노인 범죄의 그림자

“손자 주려고요” — 노년 절도, 생계형에서 탐욕형으로 변하나
생계보다 욕망이 앞서는 노년 범죄의 그림자
“손자가 갖고 싶어 해서 가져왔어요.”,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냥 갖고 싶었습니다.”
최근 절도 혐의로 적발된 60대 이상 고령층의 진술 가운데 일부다.
과거 노년층 절도는 생활고와 경제적 궁핍이 원인인 이른바 ‘생계형 범죄’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생필품이 아닌 고가의 생활용품이나
취미용품, 선물용 물건을 훔치는 사례가 늘면서 범죄 양상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60대 이상 절도 범죄는 최근 4년 사이 48%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고령화 사회가 심화되는 가운데 노인 범죄의 성격 역시
생존을 위한 범죄에서 욕망과 충동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한다.
외로움·충동·소비문화가 만든 새로운 범죄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단순히 경제적 이유만으로는
최근 노년 절도 증가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은퇴 이후 찾아오는 상실감과 외로움, 가족과의 단절, 무료한 일상은 충동 조절 능력을 약화시키기도 한다.
여기에 소비 중심 사회가 만들어낸 ‘소유의 욕망’이 더해지면서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라도 갖고 싶은 심리가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사례에서는 식료품보다 건강식품, 의류, 화장품, 장난감, 전자제품 등을 훔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손주에게 선물하고 싶었다”거나 “한번 가져보고 싶었다”는 진술도 자주 등장한다. 이러한 범죄는 경제적 빈곤보다 심리적 결핍과 소비 욕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처벌보다 예방이 중요한 초고령사회
노년층 절도는 단순히 개인의 일탈로만 볼 문제가 아니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우리 사회가 노인의 심리적 고립과 사회적 단절을 얼마나 방치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경제적 지원과 함께 사회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문화·봉사·평생교육 프로그램을 활성화해 노년층이 공동체 안에서 소속감과 삶의 의미를 찾도록 돕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가족과 지역사회가 함께 정서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일도 중요하다.
절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범죄다.
그러나 범죄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해야 재발도 막을 수 있다.
초고령사회 대한민국은 이제 노인의 빈곤뿐 아니라
외로움과 소비 욕망, 심리적 공허함까지 함께 살펴야 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노년의 품격은 물건을 많이 소유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와 관계 속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할 때 더욱 빛난다는 사실을 우리 사회가 함께 되새겨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