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보낸 며칠, 마음에도 기억이 남았습니다”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는 김해국제공항에 설치됐던 모금함에서 현금 약 110만 원 상당의 지폐 다발과 일본 여행객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손편지가 발견됐다고 1일 밝혔다. [사진제공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https://santanews.cdn.presscon.ai/prod/140/images/20251202/1764674640420_507015155.jpg)
지난달 26일,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출국장에 설치된 적십자사 모금함에서 현금 110만원과 짧은 손편지가 발견됐다. 모금함을 관리하던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는 “일본인 여행객으로 추정된다”며 익명의 기부 사실을 확인했다.
편지에는 또박또박한 일본어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한국 여행 즐거웠습니다. 남은 돈은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사용해 주세요.”
기부자는 이름도, 연락처도 남기지 않은 채 여행의 마지막 순간에 조용히 마음을 건넸다.
적십자사는 김해공항 국제선 출국장을 포함해 총 7곳에 모금함을 운영하고 있으며, 상·하반기 두 차례 열어 기부금을 정산한다.
부산지사 관계자는 “공항 모금함은 여행객들이 가장 부담 없이 참여하는 기부 창구 중 하나”라며 “이번 사례는 금액의 크기보다, 여행의 경험을 선물처럼 남기고자 한 마음이 특별했다”고 전했다.
수집된 기부금은 지역의 취약계층과 재난 이재민 지원에 쓰인다. 부산지사 구정회 회장은 “낯선 이가 남긴 선의는 지역사회에 큰 울림을 준다”며 “이 기부 또한 희망을 필요로 하는 이웃에게 직접적인 도움으로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짧은 여행이 끝난 자리에서, 누군가는 남은 돈을 짐처럼 들고 가지 않고 누군가의 내일을 위해 놓고 갔다.
낯선 도시를 떠나는 발걸음이 또 다른 사람에게는 삶을 이어주는 손길이 되었다는 점에서, 이 기부는 오래 기억될 장면이 된다.
공항을 떠난 여행자의 손길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의 하루를 살린다.
이름 없는 선의가 이렇게 길을 찾는 모습을 볼 때마다,
산타는 선물이란 결국 마음의 방향이라는 사실을 새긴다.
남은 돈이 아니라 남기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선택.
그 조용한 배려가 이 겨울, 가장 따뜻한 온기를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