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째 이어진 ‘하남동 과일천사’의 약속…광주 하남동에 과일 1279상자 놓고 간 익명의 기부자

설 명절을 앞둔 지난 2월 9일, 광주 광산구 하남동 행정복지센터에 배 30상자가 도착했다. 기부자는 이름을 남기지 않았다. 2011년부터 15년째 이어진 익명의 나눔이다. 지금까지 전달된 과일은 1279상자, 쌀 35포대와 떡국떡 246봉지까지 합치면 수천만 원 상당이다.
올해는 처음으로 마트 배송을 이용했다. 배달 기사에게는 “이웃과 함께 나눠 달라”는 짧은 당부가 전해졌다. 명절을 앞두고 어려운 가정에 전달해 달라는 뜻은 예년과 같았다.
이 나눔은 2011년 1월, 20㎏ 쌀 35포대에서 시작됐다. 이듬해 추석부터는 과일로 바뀌었다. 포도 50상자를 시작으로 사과와 배 등 품목만 달라졌을 뿐, 설과 추석마다 50상자 안팎이 꾸준히 전달됐다.
2016년에는 “늦어서 죄송하다”는 손글씨 메모가 남겨지기도 했다. 늦은 밤 차량에서 상자를 내려놓는 모습이 확인됐지만, 행정복지센터는 기부자의 뜻을 존중해 신원 확인을 시도하지 않았다.
2024년 추석에는 처음으로 과일이 도착하지 않았다. 주민들 사이에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2025년 설, 다시 과일 50상자와 함께 “찾아오지 못해 죄송했다”는 메시지가 전해졌다. 나눔은 멈추지 않았다.
지금까지 전달된 과일과 쌀, 떡은 매년 하남동 관내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가정에 배분됐다. 행정복지센터는 명절 약 열흘 전 물품을 받아 대상 가구를 선정해 전달해 왔다.
이 기부는 기업이나 단체가 아닌 개인의 자발적 선택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정 홍보나 공개 요청도 없었다. 지역에서는 이 익명 기부자를 ‘하남동 과일천사’라 부른다.
하남동 관계자는 “기부자의 뜻을 해치지 않기 위해 신원을 찾지 않고 있다”며 “마음이 필요한 이웃에게 정확히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름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명절이 다가오면 과일 상자가 먼저 도착한다. 하남동에서 이 조용한 나눔은 어느새 계절을 알리는 신호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