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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계급 사회의 민낯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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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느 계층에 속하는가
비교와 경쟁이 일상이 된 시대, 우리는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고 있는지 돌아 볼 필요가 있다.

패딩에서 부동산까지…비교와 경쟁이 만든 ‘신(新)계급사회’의 그늘
 

최근 10대들 사이에서 시작된 ‘패딩 계급’ 논란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정 브랜드의 고가 패딩을 입었는지 여부로 또래 간 서열이 나뉘고, 이는 곧 가방, 신발, 스마트폰을 넘어 자동차, 대학, 그리고 부동산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급(級)’을 가르는 기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외형적 소비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려는 욕망이 한국 사회 전반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모(17) 군은 ‘같은 반에서도 어떤 브랜드 패딩을 입느냐에 따라 은근히 분위기가 달라진다. 비싼 브랜드를 입지 않으면 대화에 끼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대학생 이모(22) 씨 역시 ‘명품 가방이나 최신 스마트폰이 없으면 스스로 위축되는 느낌을 받는다’며 ‘취업 준비를 하면서는 어느 대학 출신인지가 또 다른 서열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단순한 청소년 문화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 불안과 깊이 맞물려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급등한 부동산 가격은 계층 간 격차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지난 수년간 큰 폭으로 상승하며 자산 격차를 확대시켰고, 이는 곧 사는 곳 자체가 신분을 규정하는 지표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을 ‘신 계급사회’로 규정한다. 사회학자 박모 교수는 ‘과거에는 학력이나 직업이 주요한 계층 구분 기준이었다면, 지금은 소비와 자산이 훨씬 더 직관적인 서열 지표로 작용한다. 

특히 SNS를 통해 타인의 삶이 실시간으로 비교되면서 상대적 박탈감이 증폭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소셜미디어에는 고가의 명품, 해외여행, 고급 아파트를 과시하는 게시물이 넘쳐난다. 

이를 접한 청년층은 자신의 위치를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나는 어느 계층에 속하는가라는 질문에 집착하게 된다. 

이러한 비교는 단순한 심리적 불안을 넘어 소비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경제학자 이모 연구위원은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자산과 소비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며 ‘이는 결국 과도한 경쟁과 소비를 낳고, 사회 전반의 피로도를 높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청소년기부터 형성된 서열 의식은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되며,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이러한 계급화된 시선이 개인의 자존감과 사회 통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교육과 사회적 인식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순한 물질적 기준이 아닌 다양성과 개별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패딩으로 시작된 서열놀이는 우리 사회의 깊은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단면이다. 

비교와 경쟁이 일상이 된 시대, 우리는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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