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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는 봄이 오면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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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투어 피어나는 꽃, 꽃 피는 시절은 짧아요
화사함 뒤에 숨겨진 기후 위기의 신호를 어떻게 읽고 대응할 것인지가 우리 앞에 놓인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다투어 피는 봄꽃들, ‘동시 개화’ 시대 온다 — 짧아진 봄의 역설
 

예년 같으면 4월 초부터 중순까지 순차적으로 이어지던 봄꽃의 개화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기온이 빠르게 오르면서 벚꽃, 개나리, 진달래가 비슷한 시기에 한꺼번에 피는 동시 개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계절의 완급이 사라진 봄은 화려함을 더했지만, 자연의 리듬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상 관측 자료에 따르면 봄철 평균기온 상승과 함께 개화 시기는 전반적으로 앞당겨지고 있다. 특히 3월 중순 이후 기온이 급격히 상승하는 이상 고온이 반복되면서 서로 다른 개화 주기를 지닌 꽃들이 동시에 개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과거에는 남부에서 시작된 개화가 점차 중부로 북상하며 봄꽃 릴레이를 이루었지만, 이제는 전국적으로 비슷한 시기에 꽃이 피는 양상이 나타난다.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시민 김모(42) 씨는 ‘예전에는 개나리가 먼저 피고 그다음에 벚꽃이 피는 걸 기다리는 재미가 있었는데, 요즘은 거의 동시에 펴서 계절의 변화가 짧게 느껴진다’며 ‘예쁘긴 하지만 뭔가 급하게 지나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경남 진해에서 관광업을 하는 박모(55) 씨 역시 ‘벚꽃 축제 시기를 잡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꽃이 예상보다 일찍 피었다가 금세 져버리는 경우가 많아 관광객 유치에도 영향을 준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변화는 생태계 전반에도 영향을 미친다. 꽃이 피는 시기와 곤충의 활동 시기가 어긋나면 수분 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벌과 나비가 충분히 활동하기 전에 꽃이 먼저 피고 지는 타이밍 불일치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식물의 번식과 생태계 안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배경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한다. 한 기후학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겨울은 짧아지고 봄은 더 빨리, 더 급격하게 찾아오고 있다’며  ‘특히 2~3월 기온 상승 폭이 커지면서 식물의 생장 신호가 동시에 촉발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3월에 대부분의 봄꽃이 한꺼번에 피는 현상이 더 일반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동시 개화가 새로운 봄 풍경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긍정적 시각도 있다. 짧은 기간에 다양한 꽃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어 관광 자원으로서의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는 개화 시기가 겹치는 점을 활용해 ‘복합 봄꽃 축제’를 기획하는 등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단순한 계절 변화로만 볼 수 없다고 강조한다. 생태계의 균형과 농업 생산, 지역 경제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장기적인 관측과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꽃이 동시에 피는 현상은 아름답지만, 그 이면에는 기후 시스템의 급격한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공통된 진단이다.
 

짧아진 봄, 그리고 한꺼번에 피어나는 꽃들. 화사함 뒤에 숨겨진 기후 위기의 신호를 어떻게 읽고 대응할 것인지가 우리 앞에 놓인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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