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모두의 창업' 규모 2배 확대하여 재도전·성장까지

글로벌 반도체 전쟁이 바야흐로 국가 총력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의 격랑 속에서 세계 각국은 반도체를 단순한 수출 품목이 아닌 국가 안보의 핵심 자산이자 미래 먹거리의 생사줄로 규정하고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 사활을 걸었다.
우리 정부 역시 이에 발맞추어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수백조 원 규모의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초격차 기술 확보’라는 거대한 항해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 차원의 결단과 초대형 산단 조성은 대단히 적절하며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거대한 항모가 홀로 바다를 항해할 수 없듯, 반도체라는 국가적 거함(巨艦) 역시 홀로 거친 풍랑을 헤쳐나갈 수는 없다.
이 거함의 밑바닥을 받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술력과 이를 끊임없이 자극하고 쇄신하는 혁신 중소·벤처기업들이다. 탄탄한 소부장 생태계라는 기초체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대규모 산단은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불과하며, 외부 충격이나 공급망 교란 한 번에 국가 산업 전체가 휘청이는 치명적 약점을 노출할 수밖에 없다.
관료화된 공룡과 민첩한 사자 : 왜 파괴적 혁신은 '작은 기업'에서 나오는가
역사가 증명하듯, 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은 비대해진 거대 기업의 내부보다 작지만 민첩하고 간절한 스타트업의 현장에서 태어났다.
대기업은 규모가 커질수록 조직의 관료화와 위험 회피적 성향을 피하기 어렵다.
기존 시장을 지키기 위한 보수적 의사결정이 우선시되며, 실패의 위험이 높은 파격적 실험에는 주저하게 된다.
반면, 창업가는 사생결단(死生決斷)의 절박함과 창의성을 무기로 삼는다.
배수진을 쳤을 때 발휘되는 그 절박감이야말로 기존의 시장 규칙을 허물고 기술의 벽을 넘어서게 만드는 최고의 동력이다.
세계를 호령하는 글로벌 기술 기업들 역시 처음에는 작은 창고나 열악한 사무실에서 출발한 절박한 도전의 산물이었다. 좁은 문을 뚫고 올라온 소수 창업가들의 도전 정신이야말로 한국 경제가 지금까지 버텨온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었다.
이러한 시점에 중소벤처기업부가 추진하는 ‘제2차 모두의창업 프로젝트’는 대한민국 경제 전반에 거대한 혁신의 불씨를 지피는 시의적절한 이정표다.
- 지원 규모를 기존 5,000명에서 1만 명으로 2배 확대하고,
- 재창업자의 참여 범위를 7년 이내로 대폭 넓히는 등
창업의 문턱을 파격적으로 낮춘 정책은 단순한 숫자 늘리기를 넘어선다.
실패를 경험한 인재들에게 다시 기회를 주고, 사회 전체에 과감한 모험가 정신(Risk-taking)을 불어넣겠다는 강한 정책적 의지의 표명이다.
소부장 독립을 넘어 ‘글로벌 챔피언’으로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파동은 우리에게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완제품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어도, 핵심 소재 하나, 정밀 장비 부품 하나를 외산에 의존한다면 언제든 기술적 사슬에 매일 수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이후 지난 몇 년간 국산화 성과를 거두어왔으나, 이제는 단순한 '국산화(대체)'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 대체 불가능한 독점적 기술력을 보유한 '독보적 소부장 챔피언'을 키워내야 하는 2단계 과제에 직면해 있다.
첨단 반도체 산단 조성과 더불어 혁신적인 소부장 창업을 과감하게 지원하고 육성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유연하고 창의적인 소부장 벤처기업들이 반도체 공급망 내에 끊임없이 고부가가치 신기술을 주입할 때, 비로소 대한민국 반도체 경쟁력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절대적 초격차’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모두의 창업'을 통해 배출될 수많은 창업가들이 반도체 소부장 분야로 흘러들어갈 수 있도록 정교한 맞춤형 트랙과 심도 있는 기술 지원이 결합되어야 한다.
민간 생태계의 패러다임 전환: 하도급을 넘어 '동반자'로
정부의 마중물 역할만큼이나 시급한 것은 민간 생태계, 특히 국내 반도체 대기업들의 전향적이고 유연한 자세다.
과감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없이는 소부장 생태계의 완성도 불가능하다.
대기업은 중소·벤처기업이 피땀 흘려 개발한 혁신 기술을 단가 인하의 대상이나 단순한 '하청' 관계로 바라보는 과거의 관성을 완전히 버려야 한다.
스타트업이 개발한 기술과 부품이 실제 양산 라인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양산 테스트베드 제공, 기술 실증(PoC), 판로 개척 지원이라는 과감한 조력이 필수적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개발해도 실제 라인에서 검증받지 못하면 기술은 폐기처분될 수밖에 없다.
대기업이 창업 기업의 기술을 신뢰하고 적극적으로 테스트할 수 있는 장을 열어줄 때, 비로소 작은 벤처기업이 글로벌 소부장 기업으로 거듭나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된다.
이는 대기업에도 공급망 안정성과 기술적 다양성을 확보하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결론 : 삼위일체(三位一体)가 이끄는 대한민국 반도체의 미래
대한민국 반도체가 진정한 글로벌 거함으로 지속 항해하기 위해서는 3가지 박자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져야 한다.
-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 : '모두의 창업'과 같은 파격적인 제도적 마중물
- 대기업의 개방적 협력 : 소부장 벤처를 생태계 파트너로 인정하는 전향적 상생
- 창업가의 도전 정신 :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현장을 누비는 사생결단의 기상
이 세 축이 삼위일체(三位一体)를 이룰 때 비로소 대한민국 반도체 생태계는 흔들리지 않는 뿌리를 갖게 될 것이다.
'제2차 모두의창업'을 통해 피어오른 혁신의 불꽃이 소부장 산업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모래 위가 아닌 단단한 바위 위에 세워진 반도체 강국의 꿈,
그 위대한 반도체 거함의 연동은 바로 지금, 작은 창업 기업의 현장에서 시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