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획 / 우리 교육을 생각한다
산타뉴스에서는 흔들리는 공교육의 현실을 진 단하고, 미래지향적인 우리 교육의 내일을 위 한 시리즈를 5회에 걸쳐 집중 보도합니다.
1.문해력 저하 2.사교육 의존 3.학교폭력
4.진로 획일화 5. AI 시대 교육 전환 등 핵심 과제를 짚으며,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고 미래를 준비 하는 지속가능한 교육개혁의 방향과 해법을 제시합니다. (편집자)
[기획시리즈 3] 교실을 위협하는 그림자, 학교폭력의 구조적 위기

‘그냥 장난이었어요.’
가해 학생의 한마디 뒤에 남는 것은 피해 학생의 깊은 상처다.
최근 초중등학교에서 벌어지는 학교폭력은 단순한 갈등 수준을 넘어 일상적 위험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언어폭력과 따돌림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볍게 여겨지지만, 피해 학생에게는 장기적인 정서적 후유증을 남긴다.
교육부의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 피해 응답률은 5.0%로 중·고등학생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이는 폭력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 초등학교 학부모는 ‘아이에게 왜 말을 그렇게 못 알아듣냐는 조롱이 반복됐지만 학교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담임교사가 상황을 인지하고도 분리 조치나 적극적인 개입을 하지 않는 사례는 현장에서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대응 체계의 신뢰 붕괴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존재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가해 학생이 큰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로 인해 피해자 보호보다 사건 축소나 무마가 우선되는 왜곡된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2024년 학폭 심의 건수는 2만7000건을 넘어섰으며, 이는 학교 내부 해결 시스템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대입 전형에서 학교폭력 이력이 결정적인 불이익 요소로 작용하면서 상황은 또 다른 국면을 맞고 있다.
서울 주요 대학에서는 학폭 기록이 있는 지원자의 대부분이 불합격 처리되는 등 ‘학폭 리스크’가 현실적인 진로 장벽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러한 사후적 제재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학교폭력 문제의 핵심 원인으로 경쟁 중심 교육 환경을 지목한다.
한 교육사회학 교수는 ‘성적과 서열 중심 문화 속에서 타인을 존중하는 감각이 약화되고,
공격적 행동이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 방식으로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입시 압박이 강한 학교일수록 언어폭력과 관계 갈등이 더 빈번하게 발생하는 경향이 확인된다.
해외에서는 처벌보다 관계 회복에 초점을 맞춘 접근도 확대되고 있다.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에서는 회복적 생활교육을 통해 가해 학생이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미친 영향을 이해하도록 돕고, 피해 학생의 심리적 회복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우리나라 역시 일부 지역에서 관계회복 숙려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결국 학교폭력의 해법은 처벌 강화와 교육적 회복의 균형에 있다.
가해자에게는 분명한 책임을 묻되, 피해자가 안전하게 학교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보호 시스템이 동시에 구축되어야 한다.
교실은 경쟁의 장이 아니라 공동체의 출발점이어야 한다는 인식 전환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학교폭력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교육이 어떤 가치를 가르치고 있는지 묻는 거울이다.
아이들이 두려움 없이 교실 문을 열 수 있는 사회, 그 출발점은 지금의 학교에서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