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AI가 지원하는 온마을 돌봄 체계
교육/문화/예술
교육

AI가 지원하는 온마을 돌봄 체계

성연주 기자
입력
“방과후부터 퇴근까지, 우리 아이 안심 돌봄 책임집니다”

서울 중랑구 중화동. 늦은 오후, 한 지역아동센터 건물에 들어서자 초등학생들의 명랑한 인사 소리가 울려 퍼진다. 학교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각자의 가방을 메고 센터 문을 통과하며 “안녕하세요!” 하고 밝게 인사한다. 이곳은 단순한 방과후 돌봄 공간이 아니다. 아이들에게는 ‘하루의 두 번째 학교’이자, 맞벌이 부모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지역 중심형 돌봄 허브다.

“이제는 퇴근 전까지 걱정 없어요”

중화지역아동센터에는 초등학생과 중학생 등 약 25명의 아이들이 정기적으로 방문한다. 센터장 서성애 씨는 “오후가 되면 아이들이 먼저 와서 오늘 어떤 활동이 있는지 묻고 주도적으로 움직인다”며 “놀이든 공부든 자기 몫을 책임지는 모습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실제로 센터 내부에서는 국어, 영어, 수학 등 기초 학습 지원뿐 아니라, 피아노·합창·미술·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예체능 수업이 병행된다. 이날은 출장 강사가 방문해 피아노 연주법과 악보 읽기를 1:1로 지도했다. 2학년 여학생은 “처음에는 악보가 외계어 같았는데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다”며 웃음을 지었다.

초등학생은 오후 6~7시 사이 귀가하고, 중학생은 대학생 멘토의 학습 지도를 받고 늦은 저녁 9시쯤 귀가한다. 중학생은 중랑구 지원을 받아 외부 학원에도 나가며, 주 1회는 볼링 활동도 진행된다. 단지 돌봄에 머물지 않고 정서적 해소와 자율성, 미래 설계까지 고려된 프로그램이다.

맞벌이 부모 강모 씨(45)는 “쌍둥이 자녀가 2학년을 넘기며 학교 돌봄교실을 이용할 수 없게 됐는데, 센터 덕분에 퇴근 전까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전에는 아이들이 집과 학원을 떠돌며 외로워했지만, 지금은 훨씬 안정됐다”고 말했다.

학교 돌봄은 1~2학년 중심…‘마을 돌봄’은 전 학년 포괄

현재 운영 중인 학교 돌봄교실은 주로 초등 저학년 중심이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돌봄 공백이 생기며, 많은 부모들이 불안감을 호소한다. 이에 대응해 등장한 것이 바로 지역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마을 중심 돌봄 체계’**다.

‘지역아동센터’와 ‘다함께돌봄센터’는 대표적인 마을 돌봄 공간으로, 초등부터 고등학생까지 포괄적인 돌봄을 제공한다. 학년 제한 없이 운영되며, 부모가 병원에 입원하거나 급작스러운 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일시 돌봄이 가능하다.

2023년 기준 전국적으로 지역아동센터에는 약 11만838명의 아동이, 다함께돌봄센터에는 약 3만317명의 초등학생이 등록되어 있다. 특히 방학 기간에는 하루 종일 돌봄이 제공되어 맞벌이 가정의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

대전 송촌동에 사는 직장인 함진영 씨(40)는 “아이가 돌봄센터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릴 정도”라며, “방학이면 회사에 휴가를 내야 하나 고민하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훨씬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순한 돌봄 그 이상…아이의 삶과 성장의 중심

마을 돌봄의 장점은 단지 시간적 돌봄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프로그램 전반은 아이들의 주도성과 심리적 안정을 고려한 구조로 설계된다. 대학생 멘토링, 감정 표현 연극, 친구 관계 코칭, 미술치료 등 정서적 지지 프로그램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에도 큰 도움을 준다.

중화지역아동센터의 서 센터장은 “돌봄은 단순히 아이를 맡아주는 개념이 아니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안에서 아이가 자라는 환경을 마련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간이 좁아 대기 아동을 모두 받지 못하는 것이 가장 아쉽다”며 정부 차원의 인프라 확대를 요청했다.

정책적 전환점…“국가가 책임지는 돌봄으로”

정부 역시 돌봄 문제의 심각성과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국가가 책임지고 지자체가 운영하는 온마을 초등 돌봄”을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실제로 최근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가 협력하여 각 부처 간 돌봄 연계 강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은 “비록 출산율은 줄어들고 있지만, 맞벌이 부부의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돌봄 수요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며 “돌봄 시스템을 학교 중심에서 마을 중심으로 확장하고, 지자체가 주도권을 갖는 구조로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 많은 아이가 따뜻한 공간에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안정적인 공간은 부모에게는 사회 참여를 가능하게 하고, 아이에게는 삶의 질을 높여주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현재의 마을 돌봄은 단순한 복지정책이 아닌,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인프라 투자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예산 확보, 공간 확장, 전문 인력 양성이 함께 이뤄질 때, 아이 한 명 한 명이 소외되지 않고 따뜻한 일상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성연주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