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경제/정치
사회

소비 풍속도가 새롭게 변하고 있다

류재근 기자
입력
생존형 소비의 일상화
고단한 현실 속에서 지갑을 지키려는 소비자들의 선택은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새로운 소비 풍속도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경제 환경 변화가 만들어낸 생존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의 그늘

 ‘거지맵’과 ‘떨이앱’이 만든 新소비 풍속도


 

고환율·고물가·고금리의 ‘3고(高) 쇼크’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의 방식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한 끼를 최대한 저렴하게 해결할 수 있는 이른바 ‘거지맵’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할인 판매하는 ‘떨이앱’ 이용자도 급증하는 등 생존형 소비가 일상화되는 모습이다.


 

직장인 김모(34) 씨는 점심시간마다 스마트폰으로 ‘거지맵’을 검색한다. “예전에는 회사 근처 식당에서 1만 원 정도를 쓰는 게 당연했는데, 이제는 5천 원 이하 메뉴를 찾지 않으면 부담이 큽니다. 커뮤니티에서 공유되는 저가 식당 리스트가 큰 도움이 돼요.” 김 씨처럼 가격 대비 효용을 극대화하려는 ‘가성비 소비’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대학생 박모(22) 씨는 장보기를 할 때 ‘떨이앱’을 적극 활용한다. 그는 “유통기한이 임박했다고 해도 바로 먹을 식품이면 문제없다”며 “정가 대비 절반 이하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한 달 식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플랫폼에서는 식품뿐 아니라 화장품, 생활용품까지 할인 폭을 넓히며 이용자층을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소비 패턴 변화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1년 사이 할인·리퍼브 상품 거래액은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고, 중고 거래 플랫폼과 공동구매 서비스 이용자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2030 세대를 중심으로 ‘합리적 궁핍’을 자처하는 문화가 확산되며, 과거의 과시적 소비와는 뚜렷한 대비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을 단순한 불황형 소비를 넘어 구조적 변화로 해석한다. 소비자행동 전문가 이모 교수는 “고물가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들이 가격 민감도를 극단적으로 높이고 있다”며 “정보 공유를 통해 최저가를 찾는 집단 지성이 강화된 것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디지털 플랫폼이 이러한 소비 행태를 가속화하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거지맵’ 확산으로 지나친 가격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고 토로한다. 서울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는 최모(51) 씨는 “원재료값과 임대료는 계속 오르는데, 손님들은 더 싼 가격만 찾는다”며 “품질을 유지하면서 가격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소비 양극화 심화 가능성도 지적한다. 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저가 소비가 확산될수록 중간 가격대 시장이 위축되는 ‘모래시계형 소비 구조’가 나타날 수 있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산업 전반의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거지맵’과 ‘떨이앱’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소비 풍속도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경제 환경 변화가 만들어낸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고단한 현실 속에서 지갑을 지키려는 소비자들의 선택은 더욱 정교해지고 있으며, 이 흐름이 향후 유통 시장과 소비 문화 전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류재근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