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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기업이 만든 ‘정년 이후의 길’… 한국도 선택의 시간

성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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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폐지·재고용, 세 갈래 해법… 고령화 시대, 한국형 모델 필요성 커져
AI생성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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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현재 일본은 65세까지 고용을 의무화하면서도, 기업이 ‘정년 연장·정년 폐지·퇴직 후 재고용’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고령자 고용 문제를 풀고 있다. 

2000년대 초 연금 수급 시기 연장으로 생긴 공백을 계기로 시작된 이 제도는, 

도쿄 등 주요 산업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핵심은 단순한 정년 연장이 아니다. 

기업이 상황에 맞게 고용 구조를 다시 설계할 수 있도록 한 ‘유연성’이다.


일본 기업 다수는 ‘퇴직 후 재고용’을 선택했다. 

일정 연령에 도달하면 퇴직한 뒤 새로운 조건으로 다시 고용하는 방식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의 약 85%가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도쿄의 한 통신사는 근무 형태를 다양화했다. 

풀타임뿐 아니라 주 3~4일 근무도 선택할 수 있고, 성과에 따라 임금이 달라진다. 

숙련 인력은 유지하면서도 조직 효율을 유지하려는 설계다.


이 회사의 기준은 분명하다. 고령 인력을 비용이 아니라 경쟁력으로 보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도 유사한 흐름이다. 

닛산은 정년 연장 대신 재고용을 택했다. 정년 전부터 면담을 통해 근무 형태와 역할을 조정한다.


재고용 시 임금은 낮아지지만, 업무 책임도 함께 줄어든다. 

단순한 임금 삭감이 아니라 직무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방식이다. 

노조 역시 청년 채용을 고려해 이 구조에 일정 부분 공감하고 있다.


정년 문제는 청년 고용과 맞물린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고령 근로자가 늘어날수록 청년 고용은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 역시 같은 고민을 겪었고, 해법으로 ‘임금 체계 개편’을 선택했다.


재고용 제도는 기존 임금을 유지한 채 정년만 늘리는 구조를 피할 수 있게 해준다. 

기업은 인건비 부담을 조절하고, 그만큼 신규 채용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실제 한 기업에서는 정년퇴직자 약 1만 명을 재고용하면서도 연간 2000명 수준의 청년 채용을 유지하고 있다. 고령자와 청년이 동시에 일자리를 유지하는 구조다.


일본 정부는 법정 정년을 60세로 유지하면서, 실제 고용은 65세 이상까지 이어지도록 유도하고 있다. 제도보다 현실이 먼저 자리 잡아야 한다는 판단이다.


기업 대부분이 일정 수준 이상 고령자 고용을 달성한 이후에야 제도 변경을 검토하는 방식이다. 단계적 접근이 특징이다.


한국 역시 같은 문제 앞에 서 있다. 

연금 수급 시기와 정년 사이의 공백, 빠른 고령화, 청년 고용 위축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한 정년 연장은 해법이 되기 어렵다. 

일본 사례는 하나의 방향을 보여준다. 

고용을 ‘연장’할 것인지가 아니라, ‘어떻게 다시 설계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구조, 임금과 직무의 유연한 재조정, 그리고 청년 고용과의 균형. 

이 세 가지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중요한 것은 그 속도를 늦추는 것이 아니라, 그 변화에 맞는 일의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일본은 그 해법을 ‘세 가지 선택’으로 풀었다. 이제 한국도, 우리 방식의 선택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성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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