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다 못한 감정을 움직임으로 풀어내는 ‘무용치료’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치료사 선생님이 제 마음을 알아챘어요.
그날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나를 보여준 것 같았죠.”

30대 직장인 김서연 씨는 몇 달 동안 아무 이유 없이 울고, 웃는 데 에너지가 들었다. 병원에선 경도 우울증 진단이 나왔고 약도 처방받았지만, 감정이 해소되지는 않았다. 그러다 친구의 권유로 참여한 ‘무용치료 프로그램’에서 전혀 다른 회복을 경험하게 된다.
그녀는 말 대신 움직였다. 조용히 눈을 감고 팔을 들었다 내리는 것, 음악에 맞춰 천천히 걷는 것. 그렇게 시작된 몇 분의 동작이, 몇 달간 말하지 못했던 마음을 조금씩 풀어주었다.
‘무용치료’는 춤을 잘 추는 게 아니라, 감정을 몸으로 꺼내는 일이다
‘무용치료(Dance Movement Therapy)’는 흔히 오해된다. “춤을 추는 심리치료?” “나는 리듬감 없는데 가능할까?” 하지만 실제 무용치료는 공연처럼 멋진 동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따라 몸을 움직이고, 그 안에서 감정의 흐름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무용치료에 참여한 사람들은 말한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움직이다 보니 내가 얼마나 참았는지 알겠더라고요.”
“팔만 들었을 뿐인데, 눈물이 났어요.”
“춤이라기보다… 감정이 움직인다는 느낌이었어요.”
어떤 춤을 추나요?
전문 댄스 스킬이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자유롭고 즉흥적인 동작, 자신의 감정에 반응하는 움직임이 주를 이룬다. 대표적인 활동은 다음과 같다:
즉흥 움직임: 정해진 규칙 없이, 지금 느끼는 대로 몸을 움직임
감정 표현 동작: ‘슬픔처럼 걷기’, ‘화났을 때처럼 팔 뻗기’ 등 감정 연계
반복 동작: 특정 감정을 몸에 익히거나, 흘려보내기 위해 반복 수행
거울놀이: 서로의 동작을 따라하며 공감과 신뢰 형성
심상 기반 동작: 기억이나 상상을 움직임으로 형상화 (예: ‘나의 어린 시절’을 표현)
특별한 음악 없이도 진행되며, 종종 자연의 소리나 심장 박동 같은 리듬만으로도 충분히 깊은 감정에 도달할 수 있다.
연령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적용 가능
무용치료는 연령에 따라 목적과 방식이 달라진다.
유아기에는 감정 표현을 배우지 못한 아이가, 몸짓을 통해 처음으로 “싫어”를 말하게 된다.
아동기엔 사회성 향상과 분노 조절을 위해 리듬 맞추기나 협동 동작이 쓰인다.
청소년기엔 정체성 혼란, 우울, 자존감 회복을 위한 ‘자기 움직임 찾기’ 활동이 주가 된다.
성인기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해소하고, 자기인식을 회복하는 시간이 된다.
노년기엔 과거 기억을 회상하고, 관계 속에서 정서적 안정감을 찾는 데 초점을 둔다.
치료는 개인 또는 소그룹 형태로 이루어지며, 치료사의 지도 아래 ‘느낌을 다루는 안전한 공간’에서 진행된다.
왜 효과가 있을까?
감정은 단지 뇌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몸에도 저장된다. 스트레스를 오래 받을수록 어깨가 굳고, 우울할수록 움직임이 느려진다. 무용치료는 이 ‘몸의 감정 기록’을 자극하고 풀어주는 작업이다. 움직임은 뇌의 전두엽, 변연계, 뇌간을 동시에 활성화시키며 감정 해석, 스트레스 조절, 공감 능력을 자극한다. 최근엔 뇌파 변화, 심박수 안정, 코르티솔 수치 감소 등 생리적 효과를 입증한 연구도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이제는 내 마음을 몸으로 이해해요”― 무용치료 후 일상의 변화
김서연 씨는 치료 이후 예전보다 감정을 솔직하게 느끼고 표현하게 됐다. 몸도 가벼워졌고, 이유 없는 짜증이 줄었다. “감정을 무시하거나, 참지 않게 됐어요. 내 안의 감정이 튀어나오기 전에, 먼저 다가가서 다독이게 된 거죠.”
무용치료는 감정을 말 대신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심리치료
춤을 잘 추는 것과는 무관, 즉흥적이고 감정 중심의 동작으로 구성되며 우울, 불안, 스트레스, 감정 억압, 자존감 회복에 효과적이다. 유아부터 노년까지 맞춤형 적용 가능하며 집단 또는 개인 진행이 가능하며 몸에 쌓인 감정을 푸는 총체적 감정 해소법이다.
“몸이 가는 곳에, 마음이 따라옵니다.”
어쩌면 당신이 찾던 회복은 말이 아니라 움직임에 있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