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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박사를 기억하며

산타뉴스 남철희 칼럼
입력
기업의 이익을 사회로 돌려준 삶

 

대한민국 산업사와 기업 윤리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 있다. 

바로 유한양행 창업자 고(故) 유일한 박사다. 그의 영면이 어느덧 55주기를 맞았다. 

그는 1971년 3월 11일, 7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정신은 지금도 한국 사회와 기업 세계에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최근 유한양행유한재단, 유한학원은 경기 부천시 유재라관 유한아트홀에서 유일한 박사 제55주기 추모식을 열고 그의 삶과 정신을 기렸다. 유족과 임직원, 재학생 등 30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을 추모하며 그의 뜻을 되새겼다.

고 유일한 박사 영면 제55주기 추모식이 11일일 경기 부천 유재라관 유한아트홀에서 진행됐다. /사진=유한양행
고 유일한 박사 영면 제55주기 추모식이 11일일 경기 부천 유재라관 유한아트홀에서 진행됐다. /사진=유한양행

행사에 앞서 임직원들은 고인의 묘소가 있는 유한동산을 찾아 묵념과 헌화를 올리며, 기업을 넘어 나라와 사회를 위해 살았던 그의 삶을 기렸다.

 

기업가이자 독립운동가

 

많은 사람들은 유일한 박사를 훌륭한 기업가로 기억하지만, 

그는 나라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애국자이기도 했다.

 

미국에서 학업과 사업을 이어가던 그는 조국이 일제의 지배 아래 놓여 있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는 해외 한인사회와 함께 독립운동을 지원하며 조국의 독립을 위해 힘을 보탰다. 

 

특히 대한인국민회 활동에 참여하며 독립운동 자금 지원과 민족의식 고취에 힘썼고, 해외에서 대한민국의 독립을 알리는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는 미군 전략정보국인 OSS(Office of Strategic Services)의 한국 관련 정보 활동과 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한국의 독립을 위한 준비 활동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에게 기업 활동은 단순한 경제활동이 아니라 나라와 민족을 위한 실천의 한 방법이었다.

 

“건강한 국민만이 나라를 되찾는다”

 

1926년, 그는 유한양행을 창립했다.

당시 그가 세운 신념은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건강한 국민만이 빼앗긴 주권을 되찾을 수 있다.”

 

국민이 병들고 가난한 상태에서는 나라의 미래도 없다고 생각했던 그는 제약 사업을 통해 국민 건강을 지키는 일을 독립과 국가 재건의 기반으로 여겼다.

그에게 기업은 단순히 돈을 버는 조직이 아니라 국민과 나라를 위한 사명을 지닌 공동체였다.

 

기업은 사회의 것이라는 철학

 

유일한 박사가 더욱 존경받는 이유는 그의 기업 윤리에 있다.

그는 일찍부터 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했고, 평생 일군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돌려주기 위해 유한재단을 설립했다.

대부분의 기업가들이 재산을 자녀에게 물려주려 할 때 그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그는 기업을 통해 얻은 부를 개인의 것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만든 가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의 재산을 사회와 교육을 위해 환원했고, 장학사업과 교육사업을 통해 미래 세대를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우리가 다시 배워야 할 기업인의 모습

 

오늘날 ESG 경영, 기업의 사회적 책임, 사회 환원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고 있다. 그러나 이미 수십 년 전, 유일한 박사는 그 모든 가치를 삶으로 실천한 사람이었다.

 

정직한 경영, 투명한 기업 운영, 그리고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

 

그는 기업을 통해 돈을 벌었지만 그 돈을 나라와 사회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기업인의 도리라고 믿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단순한 기업가로 기억하지 않는다.

 

그는 독립을 위해 힘쓴 애국자였고, 교육을 통해 미래를 키운 사회 지도자였으며, 번 돈을 사회에 돌려준 모범적인 기업인이었다.

 

55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삶은 우리에게 묻는다.

기업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번 돈을 어디에 사용하고 있는가.

그 질문 앞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그의 이름을 떠올린다.

 

유일한.

그는 한 기업인의 이름을 넘어 나라와 사회를 위해 살았던 한국 기업인의 표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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