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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와 ARMY로 보는 팬덤 문화 – 에필로그

산타뉴스 남철희 편집장
입력
스타를 사랑하는 시대에서, 세상을 사랑하는 시대로

세상에서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은 무엇일까

 

돈일까. 명품일까. 좋은 집일까.

어쩌면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선물의 가치를 가격으로만 생각해 왔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BTS를 둘러싼 한 장면은 우리에게 전혀 다른 답을 보여준다. 

 

“BTS 공연 티켓을 선물받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가운데는 젊은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나이가 많이 든 사람, 몸이 불편한 사람, 병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티켓을 받아 들고 아이처럼 기뻐하고, 눈물을 흘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몇 번이고 확인한다.

 

어떤 사람은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처음에는 놀랍다.

‘공연 한 번 보는 것이 사람에게 저렇게 큰 행복이 될 수 있을까?’ 그러나 조금 더 생각해 보면 그 눈물의 이유가 보인다. 그들이 기다린 것은 단순히 공연이 아니었을 것이다.  다시 설레는 순간을 기다린 것이다. 다시 가슴이 뛰는 순간. 다시 젊어진 것 같은 순간.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수많은 사람과 함께 웃는 순간.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 나에게도 이런 기쁨이 남아 있구나’라는 생의 확인. 그래서 BTS의 공연 티켓은 그들에게 입장권이 아니었다. 삶으로 들어가는 초대장이었다.

 

우리는 팬덤을 이야기하면서 수많은 숫자를 보았다. 앨범 판매량, 공연 관객 수, 조회 수, 팔로워 수, 그리고 엄청난 기부금. 그러나 이 모든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사람이었다.

 

한 사람의 눈물. 한 사람의 기다림. 한 사람의 행복. 그리고 한 사람이 받은 사랑이 또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는 순간이었다.

 

BTS가 노래를 부르면 ARMY는 노래를 따라 부른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누군가 아프면 돕고, 누군가 어려우면 모금하고, 누군가의 생일이면 좋은 일을 하고, 재난이 발생하면 함께 움직인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수많은 사람을 사랑하는 행동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연재에서 팬덤을 단순한 ‘팬들의 집단’으로 부르지 않았다. 

 

팬덤은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면서 만들어진 하나의 관계이고, 그 관계가 서로를 돌보기 시작할 때 하나의 문화가 된다

그리고 그 문화가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마침내  시민의 문화가 될 수도 있다.

 

사랑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처음에는 한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그 마음이 다른 사람에게 이어졌다.

한 사람의 선행이 수십 명의 선행이 되고, 수십 명의 선행이 수천 명의 기부가 되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사랑은 스타에게만 머물지 않았다.

아이에게, 환자에게, 어려운 이웃에게, 재난을 당한 사람에게, 그리고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에게까지 흘러갔다. 이것이 우리가 발견한 팬덤의 가장 아름다운 가능성이다.

 

사랑은 나누면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커진다는 것.

 

그리고 이제 우리의 질문은 BTS에서 끝나지 않는다. BTS가 얼마나 위대한가를 말하기 위해 이 이야기를 시작한 것이 아니다. ARMY가 얼마나 대단한 팬들인가를 칭찬하기 위해서만 이 이야기를 이어온 것도 아니다. 우리가 정말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그 너머에 있었다.

 

“우리도 이렇게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좋은 행동으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받은 감동을 다른 사람에게 다시 건넬 수 있지 않을까.

내가 행복했던 순간을 누군가에게도 선물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산타의 마음도 바로 그것일 것이다. 산타가 주는 선물은 물건 하나가 아니다.

그 선물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당신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라는 마음을 전하는 것이다.

 

그래서 산타뉴스가 BTS와 ARMY의 이야기를 오랫동안 따라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팬덤 속에서 새로운 산타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것을 찾아주고, 누군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자신이 받은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 다시 돌려주는 사람들.

그들은 산타 복장을 하지 않았지만 누군가에게는 산타였다.

 

이제 스타를 사랑하는 시대에서 BTS 공연 티켓 한 장을 받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을 보며 우리는 새로운 사실을 깨닫는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설렐 수 있다는 것. 병든 사람도 꿈을 꿀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바라보는 사람에게도 다시 기다리고 싶은 내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음악의 힘일 수도 있고, BTS의 힘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쩌면 더 근본적인 힘은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기다리고,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고 서로를 위로하며 치유하는 마음. 그 마음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힘이다. 사랑이다.

 

그래서 우리는 팬덤의 미래를 이렇게 생각해 보고 싶다.

스타를 사랑하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사람을 사랑하는 것으로 넓어지는 것.  팬끼리의 우정을 넘어 사회와 이웃을 돌아보는 것. 그리고 마침내 내가 받은 사랑을 세상에 다시 돌려주는 것.

스타를 사랑하는 시대에서 세상을 사랑하는 시대로. 이것이 우리가 BTS와 ARMY를 통해 발견한 팬덤 문화의 가장 아름다운 미래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BTS의 이야기도, ARMY의 이야기도, 산타뉴스의 이야기도 아니다.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오늘 누군가에게 작은 선물 하나를 건네는 것.

누군가의 이야기를 한 번 더 들어주는 것.

외로운 사람에게 먼저 전화를 거는 것.

아픈 사람의 손을 한 번 잡아주는 것.

누구를 위해 울어주는 것.

힘든 짐 나누어 들어 주는 것.

그리고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해주는 것. 

“당신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세상이 기다리는 가장 큰 선물은 바로 그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다시 사람을 사랑하는 것. 그리고 그 사랑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

BTS와 ARMY가 보여준 놀라운 여정의 끝에서 우리가 만나는 것은 결국 하나다.

 

사랑.

사랑이 시작이고, 사랑이 과정이며, 사랑이 마지막이다.

그리고 그 사랑이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계속 이어진다면, 

세상은 조금씩 더 따뜻해질 것이다.

스타를 사랑하는 시대에서, 세상을 사랑하는 시대로. 

 

— 팬덤 문화 연재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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