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피터팬”의 아버지, 전경철 작가 하늘의 별이 되다

‘유퀴즈’ 출연 24일 만에 영원한 피터팬의 아버지, 하늘의 별이 되다
27년간 중증 자폐 아들 지켜온 전경철 작가 별세
“수고하셨습니다 아버지, 이제는 편히 쉬십시오”
편집자 주
지난 8월 산타뉴스는 중증 자폐 아들을 27년 동안 홀로 품고 살아온 전경철 작가의 이야기를 「사랑해요, 피터팬!」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했습니다. 병마와 싸우며 자신의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가 마지막까지 놓지 못했던 것은 자신의 생명이 아니라 홀로 남겨질 아들의 내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9월 5일, 전경철 작가가 마침내 길고 고단했던 삶의 짐을 내려놓고 하늘의 별이 되었습니다. 불과 24일 전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아들을 향한 애틋한 사랑을 전했던 터라 안타까움은 더욱 큽니다.
산타뉴스는 오늘 지난 기사를 다시 독자 여러분께 전합니다. 27년 동안 한 아이의 세상이 되어주었던 한 아버지에게 보내는 감사장이며, 우리 사회가 오래 기억해야 할 사랑에 대한 기록입니다.
아들을 ‘피터팬’이라 부르며 평생 그의 곁을 지켰던 아버지. 이제는 그 무거웠던 짐을 내려놓으셔도 좋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아버지.
그리고 고맙습니다, 전경철 작가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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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요, 피터팬!
“내가 떠난 뒤에도 이 아이가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세상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사랑이 있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끝을 알면서도 놓지 않으며, 자신의 삶이 다 닳아 없어질 때까지 한 사람의 곁을 지키는 사랑이다.
전경철 작가에게 그 사랑의 이름은 아들이었다.
중증 자폐성 장애가 있는 아들 제원 씨와 함께한 27년. 아버지는 그 긴 시간을 아들의 손을 잡고 걸었다. 남들이 평범하게 지나가는 하루가 이들 부자에게는 때로 산 하나를 넘는 일이었다.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일에서부터 세상과 부딪치는 아들의 마음을 달래는 일까지, 아버지의 하루에는 좀처럼 마침표가 없었다.
아들의 세상이 되어준 아버지
아버지는 홀로 육아의 길을 걸었다. 자신의 시간보다 아들의 시간을 먼저 생각했고, 하고 싶은 것보다 해야 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렇게 하루가 한 달이 되고, 한 해가 십 년이 되고, 어느덧 27년이라는 세월이 되었다.
그러나 운명은 그에게 또 하나의 무거운 짐을 건넸다. 병마였다. 자신의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에도 그의 가장 큰 걱정은 죽음이 아니었다.
‘내가 없으면 이 아이는 어떻게 살아갈까.’
부모라면 누구나 자식의 앞날을 걱정한다. 그러나 중증 장애 자녀를 둔 부모에게 그 질문은 훨씬 더 절박하다. 부모의 죽음이 곧 자녀를 지켜주던 마지막 울타리의 부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마지막 시간은 죽음을 준비하는 시간이면서 동시에 아들이 자신 없이 살아갈 세상을 준비하는 시간이었다.
“그래도 세상에는 선한 이웃이 많습니다”
그의 삶이 슬픔으로만 기억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긴 세월을 견딜 수 있었던 힘 가운데 하나는 사람들의 따뜻한 관심이었다. 어려울 때 손을 내밀어준 이웃, 아들의 모습을 편견 없이 바라봐준 사람들, 말없이 응원해준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힘겨운 삶 속에서도 세상을 원망하는 대신 사람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다.
“그래도 세상에는 선한 이웃이 많습니다.”
그 말은 어쩌면 그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따뜻한 유언인지 모른다.
사람은 혼자 살아가는 것 같지만 결국 누군가의 손길로 살아간다. 한 사람의 작은 관심이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견디게 하고, 한마디의 격려가 다시 일어설 이유가 된다.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아버지는 언제까지 아버지일까.
자녀가 어린아이일 때만일까. 성인이 될 때까지일까.
전경철 작가의 삶을 바라보면 그 대답은 분명해진다. 부모에게 자식은 나이를 먹어도 자식이고, 마지막 숨을 앞둔 순간에도 부모의 마음은 자녀에게 먼저 달려간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가 더욱 아프다.
자신은 세상을 떠나야 하는데 아들은 이곳에 남아야 한다. 눈을 감아야 하는 순간에도 그 손을 놓을 수 없는 마음. 그것이 아버지 전경철이 마지막까지 짊어졌던 사랑의 무게였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사랑을 말한다. 그러나 사랑의 가장 깊은 모습은 화려한 말이 아니라 끝까지 곁을 지켜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전경철 작가는 자신의 삶으로 그것을 보여주었다.
이제는 아버지를 보내드릴 시간
그리고 마침내 그가 떠났다.
27년 동안 아들의 세상이 되어주었던 한 아버지가 이제 아들의 손을 놓고 먼 길을 떠났다.
그러나 사랑은 사람이 떠났다고 함께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를 위해 견뎌낸 시간, 흘렸던 눈물, 밤마다 아들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며 품었을 걱정과 기도는 남는다.
그 사랑은 이제 우리 사회가 이어받아야 한다.
‘부모가 떠난 뒤 장애가 있는 자녀의 삶을 누가 지켜줄 것인가.’
그가 남긴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더 이상 한 가정만의 문제라고 고개를 돌려서는 안 된다. 한 아버지가 평생 혼자 짊어졌던 짐을 이제는 사회가 함께 들어야 한다.
아들을 ‘피터팬’이라고 불렀던 아버지.
어쩌면 우리 기억 속의 영원한 피터팬은 전경철 작가 자신일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끝까지 마음만은 늙지 않았던 사람, 절망 속에서도 사람의 선의를 믿었던 사람,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아버지’이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
이제는 걱정을 내려놓으시길 바란다.
당신은 충분히 사랑했고, 충분히 견뎠으며, 아버지로서 해야 할 몫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해냈다.
수고하셨습니다, 아버지.
당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피터팬의 손은 이제 우리가 함께 잡아야 할 차례다.
하늘에서는 부디 아프지 마시기를.
걱정 없는 곳에서 편히 쉬시기를.
그리고 가끔은 구름 사이로 내려다보며 웃어주시기를.
“제원아, 아빠는 언제나 네 곁에 있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산타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