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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우리 삶에서 소중한 것은 진정 무엇인가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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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함 뒤에 찾아오는 자연의 섭리
가을은 바쁘게 걸어온 우리의 발걸음을 잠시 늦추게 한다. 지금까지 무엇을 이루었는지 돌아보는 동시에 앞으로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가을, 비워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낙엽이 가르쳐 주는 삶의 지혜

 

가을이 깊어간다. 뜨겁던 햇살은 한결 부드러워지고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에는 어느새 서늘한 기운이 묻어난다. 나무들은 초록빛을 거두고 붉고 노란 옷으로 갈아입는다. 산과 들이 가장 화려해지는 순간이지만 그 화려함 뒤에는 한 계절을 마무리하는 자연의 섭리가 담겨 있다.

 

나무는 봄부터 정성껏 키워온 잎을 가을이 되면 하나둘 떠나보낸다. 잎과의 이별은 끝이 아니라 겨울을 견디고 새로운 봄을 맞기 위한 준비다. 계절의 변화를 거스르지 않고 때에 맞게 자신의 모습을 바꾸는 나무에서 삶의 지혜를 배운다.

 

사람의 삶도 다르지 않다. 젊은 시절에는 더 많이 갖고, 더 높이 오르고, 더 앞서가기 위해 쉼 없이 달린다. 좋은 집과 넉넉한 재산, 사회적 지위와 성공을 행복의 기준으로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 삶의 가치는 소유의 크기만으로 헤아릴 수 없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게 된다.

 

가을은 바쁘게 걸어온 우리의 발걸음을 잠시 늦추게 한다. 지금까지 무엇을 이루었는지 돌아보는 동시에 앞으로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오래된 미움은 흘려보내고 마음속에 남은 서운함은 이해로 바꾸어 보자.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조급함에서 한 걸음 물러나 곁에 있는 사람도 바라보자. 지나간 실패와 후회 역시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 경험은 더 단단한 내일을 만드는 자양분이 된다.

 

낙엽이 아름다운 까닭도 여기에 있다. 나무에서 떨어지는 순간은 끝처럼 보이지만 낙엽은 흙으로 돌아가 다시 나무를 살리는 밑거름이 된다. 우리 인생의 상처와 시련도 시간이 지나면 사람을 깊게 만드는 힘이 될 수 있다. 아픔을 겪어본 사람은 다른 이의 아픔을 헤아릴 줄 알고, 어려운 시간을 지나온 사람은 평범한 하루의 소중함을 더 잘 안다.

 

인생의 풍요는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곁에 있는 사람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고, 작은 일에도 감사하며, 누군가의 어려움에 손을 내밀 수 있는 마음이 삶을 더욱 넉넉하게 만든다.

 

가을 들판의 곡식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한여름의 뜨거운 햇볕과 비바람을 견딘 끝에 알찬 열매를 맺었지만 스스로를 뽐내지 않는다. 사람도 세월이 깊어질수록 자신의 성취보다 타인의 수고를 인정하고, 말하기보다 귀 기울일 줄 아는 여유가 필요하다.

 

어쩌면 가을은 우리에게 인생의 성숙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계절인지도 모른다. 화려함을 자랑하기보다 감사할 줄 알고, 지나간 것을 아쉬워하기보다 다가올 시간을 준비하며, 혼자 앞서가기보다 함께 걸어가는 삶.

 

그래서 가을은 쓸쓸하기만 한 계절이 아니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고, 삶에서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발견하게 하는 깊은 계절이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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