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와 ARMY로 보는 팬덤 문화 – 제11부
산타뉴스 | 기획연재
팬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듣고, 음반을 사고, 공연장을 찾고, 영상을 보며 응원하는 사람.
오랫동안 팬은 그렇게 ‘소비자’라는 이름으로 설명되어 왔다.그러나 BTS와 ARMY를 바라보면 이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누군가는 자신의 시간과 돈을 내어 다른 사람을 돕고, 누군가는 재난과 어려움에 놓인 사람들을 위해 모금한다. 또 누군가는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며, 국경을 넘어 서로 다른 사람들을 연결한다.
그렇다면 질문은 달라진다.팬은 소비자를 넘어 시민이 될 수 있는가.소비에서 참여로 디지털 시대의 팬덤은 과거와 다르다.과거의 팬이 스타를 바라보는 사람이었다면, 오늘의 팬은 직접 움직인다.정보를 번역하고, 자료를 만들고, 사람을 연결하고, 모금을 조직한다.누군가의 지시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팬들 스스로 역할을 나누고 행동한다.
학계가 최근 팬덤을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팬덤은 단순히 스타의 인기를 높이는 집단을 넘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사회적 네트워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한 사람의 기부가 수많은 사람의 행동으로
대표적인 사례가 2020년 ARMY의 #MatchAMillion이었다.
BTS가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운동에 100만 달러를 기부하자 ARMY 역시 모금에 나섰다.
그리고 팬들은 짧은 시간 안에 그에 상응하는 규모의 기부를 만들어냈다.중요한 것은 액수만이 아니었다.BTS의 행동을 본 팬들이 그것을 자신의 행동으로 옮겼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한 사람의 선행이 수많은 사람의 선행으로 번져간 것이다.이때 팬덤은 소비의 공동체에서 행동의 공동체로 한 걸음 나아간다.
팬덤은 새로운 공동체가 될 수 있는가
사람들은 왜 팬덤 안에서 함께 움직이는가.처음에는 아마 음악 때문일 것이다.좋아하는 목소리, 좋아하는 무대, 좋아하는 사람.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관계가 생긴다.
서로 다른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같은 노래를 듣고, 같은 가치를 이야기하고, 서로를 돕는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라는 공통점이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로 확장되는 것이다.
그 순간 팬덤은 단순한 취향의 집합이 아니라 하나의 공동체가 될 가능성을 갖는다.
그렇다고 팬덤을 미화해서는 안 된다.팬덤 역시 사람이 모인 곳이다.
갈등도 있고, 경쟁도 있으며, 때로는 배타적인 모습도 나타날 수 있다.따라서 팬덤을 무조건 선한 집단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중요한 것은 팬덤이 언제나 옳다는 것이 아니다.그 거대한 연결망을 어떤 방향으로 사용하는가이다.서로를 공격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를 돕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자신의 스타를 높이는 데만 사용할 수도 있지만, 사회의 어려운 사람을 돌아보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
그 선택이 팬덤의 미래를 결정한다
시민은 거창한 사람이 아니다.시민이라고 하면 우리는 정치인이나 사회운동가를 먼저 떠올린다.그러나 시민의 출발은 훨씬 작다.누군가의 어려움에 관심을 갖는 것.도움이 필요한 곳에 작은 정성을 보태는 것.다른 사람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것.그리고 내가 가진 시간과 능력을 다른 사람을 위해 사용하는 것.그렇다면 팬덤 안에서 이루어지는 작은 나눔 역시 시민적 행동의 하나가 될 수 있다.
팬과 시민은 서로 다른 사람이 아니다.
좋아하는 마음에서 시작해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BTS와 ARMY가 던지는 질문
그래서 이제 중요한 것은 BTS가 얼마나 유명한가가 아니다.ARMY가 얼마나 많은가도 아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그 많은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기부할 수 있다.봉사할 수 있다.누군가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릴 수 있다.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를 연결할 수 있다.그리고 무엇보다 좋아하는 마음을 행동으로 바꿀 수 있다.
팬덤의 진정한 가능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소비로 끝나지 않는 사랑.
산타뉴스가 팬덤 문화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우리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BTS만이 아니다.ARMY만의 이야기도 아니다.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가에 관한 이야기다.
한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마음이 되고,그 마음이 나눔이 되고,나눔이 공동체가 되고,공동체가 다시 사회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든다면,그것은 더 이상 단순한 소비문화라고 부르기 어렵다.어쩌면 팬덤은 우리에게 새로운 시민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모였지만,결국 다른 사람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그것이 우리가 주목해야 할 새로운 팬덤이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질문이 남는다.
사랑은 어떻게 선행이 되는가. 그 답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제12부에서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