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정년 연장 기획 1

【65세 정년 연장 기획 ①】
일본은 왜 30년에 걸쳐 정년을 늘렸나
정년 연장 — ‘계속 일할 권리’의 확대
편집자주 |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로 들어서면서 65세 정년 연장이 중요한 사회적 의제로 떠올랐습니다. 산타뉴스는 일본의 30년에 걸친 고령자 고용 실험을 살펴보고 정년 연장이 청년 일자리와 기업 경영에 미칠 영향, 세대가 함께 일하는 한국형 계속고용의 해법을 3회에 걸쳐 모색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65세가 된 것은 아니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고령화와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경험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법정 정년을 한꺼번에 65세로 올리지 않았다. 기업과 노동시장이 적응할 수 있도록 수십 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제도를 바꿨다.
일본의 고령자 고용정책은 60세 정년을 권고하는 단계에서 시작됐다. 이후 60세 정년을 의무화하고, 다시 65세까지 고용을 확보하도록 기업의 책임을 강화했다. 현재 정년이 65세 미만인 기업은 정년 연장, 정년 폐지, 퇴직 후 재고용 가운데 한 가지 방식을 선택해 희망하는 근로자에게 65세까지 일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2021년부터는 70세까지 취업 기회를 확보하도록 기업에 노력 의무도 부과하고 있다.
일본이 택한 핵심 방식은 일률적인 정년 연장보다 ‘계속고용’이었다. 근로자가 60세에 기존 직장에서 퇴직한 뒤 업무와 책임, 근로시간, 임금을 새롭게 조정해 다시 고용되는 구조다. 이를 통해 기업은 급격한 인건비 상승을 피하고, 근로자는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소득 공백을 줄일 수 있었다.
고용은 늘었지만 일자리의 질은 과제
일본 제도가 성공만 거둔 것은 아니다. 재고용 과정에서 정규직이 계약직이나 촉탁직으로 바뀌고, 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이 크게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고용 기간은 늘어났지만 고령 근로자의 지위와 처우가 불안정해졌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그럼에도 일본의 실험은 분명한 성과를 남겼다. 기업이 숙련된 인력을 활용할 수 있게 됐고, 고령자는 연금 수급 전까지 노동시장에 머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사회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 노력 의무와 의무화를 오랜 기간에 걸쳐 차례로 시행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일본의 교훈은 ‘속도’보다 ‘방향’
일본 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정년을 몇 살로 정하느냐에만 있지 않다. 임금체계와 직무를 함께 바꾸고, 기업 규모에 따라 준비기간을 부여하며 퇴직 이후에도 숙련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정년 연장은 법률 한 줄을 바꾸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일본의 30년 실험은 고령자 고용이 세대 간 일자리 경쟁이 아니라 노동시장 전체를 다시 설계하는 작업임을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