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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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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와 K스포츠를 생각한다
K컬처와 K스포츠는 함께 날아야 한다

 

K컬처는 세계를 휩쓰는데 -  K스포츠는 왜 온실에 머물러 있나
 

K팝, K드라마, K영화 등 이른바 K컬처는 글로벌 시장에서 압도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국력 기반 위에서 성장해야 할 K스포츠는 여전히 ‘온실 속 보호 산업’이라는 평가를 벗어나지 못한다. 

 

국제 성적은 뛰어난 종목이 많지만, 산업 생태계나 콘텐츠 경쟁력은 한류 문화의 폭발적 성장세와 비교하면 크게 뒤처져 있다. 왜 이런 격차가 벌어졌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변화를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단이 필요하다.


 

스타는 많은데 시장은 작다

 

한국 스포츠는 올림픽 종합 순위 상위권을 꾸준히 지킬 만큼 선수층의 질은 높다. 하지만 팀 스포츠의 산업 규모는 선진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 

야구·축구·배구 등 주요 프로리그의 매출 규모는 K팝 한 대형 기획사의 연 매출에도 미치지 못한다. 

선수의 퍼포먼스와 콘텐츠의 경제적 확장력이 연결되지 못해 ‘스타-시장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 경기력은 세계적이지만, 이를 문화상품으로 재가공하는 시스템이 취약한 것이다.
 

지나친 공공 주도와 낮은 혁신성

 

K컬처는 민간 기획사의 경쟁과 창작자 생태계의 역동성이 성장의 핵심이었다. 

반면 K스포츠는 여전히 정부·지자체·공공기관 중심의 구조가 강하다. 경기장, 협회, 리그 운영 등 핵심 영역에서 공공 의존도가 높다 보니 혁신적 모델이 나오기 어렵고, 

‘리스크 회피 문화’가 고착돼 있다. 이로 인해 변화 속도가 늦고 새로운 시장 창출도 제한된다.

 

글로벌 마케팅 전략의 부재

 

K컬처는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목표로 기획됐다. 반면 K스포츠는 국내 팬층 유지에 집중해 국제 팬덤 확장 전략을 거의 갖고 있지 않다. 

중계권·굿즈·디지털 콘텐츠 등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산업적 접근이 부족하다. 

 

일부 종목은 SNS 소통이나 영상콘텐츠 제작에도 소극적이며, 팀·리그 수준의 ‘브랜드 스토리텔링’도 약하다.


 

스포츠를 ‘경기’로만 보고 ‘산업’으로 보지 않는 구조
 

근본적인 문제는 스포츠를 국가대표 경기 실적 중심으로 바라본 오랜 관성이다. 협회와 종목단체는 성적 관리와 훈련 시스템에는 강하지만, 산업화 전략과 시장형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데에는 미흡하다. 

 

산업 전문가의 참여도 제한적이며, 마케팅·데이터·콘텐츠 전문가가 체계적으로 유입될 통로도 없다. 결국 선수의 성적은 세계적이지만, 산업은 국내 규모에 갇히는 불균형 성장이 지속된다.


 

미래지향적 해법: K스포츠의 산업화·글로벌화·콘텐츠화를 위하여
 

1) 스포츠 산업 전환: 퍼포먼스 중심에서 콘텐츠 중심으로
 

경기를 넘어 다큐멘터리, 웹예능, 팬미팅, 소셜미디어 라이브 등 다양한 형식으로 선수의 매력을 드러내야 한다. 

K컬처가 음악보다 세계관과 캐릭터성으로 확장했듯, K스포츠도 선수를 하나의 브랜드 자산으로 바라보는 접근이 필요하다.
 

2) 민간 주도·시장형 구조로의 전환
 

공공기관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축소하고, 민간 투자·전문 경영·콘텐츠 제작사가 적극 참여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특히 리그 운영과 중계권 결정, 디지털 플랫폼 전략 등은 민간 전문성이 핵심이다.
 

3) 글로벌 팬덤을 겨냥한 전략적 마케팅
 

K스포츠도 해외 시장을 명확히 타깃으로 설정해야 한다. 한류 팬층과 결합한 경기 패키지, 글로벌 굿즈 라인업, K팝 콜라보 이벤트 등을 통해 문화-스포츠 복합 콘텐츠를 기획하면 시너지가 크다. 또한 영어·스페인어·중국어 기반의 글로벌 SNS 운영은 필수다.
 

4) 데이터 기반 혁신과 팬 경험 확대
 

관중 데이터 분석, AR·VR 기반 경기 체험, 모바일 멤버십 등 디지털 팬 경험을 강화해야 한다. 글로벌 스포츠 리그는 이미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표준화하고 있는데, K스포츠는 아직 도입 단계에 머물러 있다.


5) 지역 경제와 결합한 스포츠 도시 전략
 

지자체 중심의 단발성 지원이 아니라, 도시 브랜드·관광산업과 결합한 스포츠 허브 도시를 육성해야 한다. 스포츠는 문화·관광·산업을 아우르는 복합자산으로 접근할 때 비로소 성장 동력을 얻는다.

 

K컬처와 K스포츠는 함께 날아야 한다
 

K컬처의 성공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과감한 민간 투자, 글로벌 전략, 끊임없는 콘텐츠 혁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K스포츠도 이러한 전략적 전환을 통해 온실을 벗어나 세계 시장의 경쟁자로 도약할 수 있다. 이 변화가 이루어질 때, 한국은 비로소 ‘문화-스포츠 융합 강국’이라는 새로운 국가 브랜드를 완성하게 될 것이다.


 

류재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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