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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고공 행진 외식 물가

류재근 기자
입력
음식점 가기가 겁나요
외식 물가 비용 구조를 완화하는 정책, 업계의 생산성 혁신, 시장의 신뢰를 높이는 소비자 보호가 함께 가야 외식 생활의 작은 즐거움이 찾아올 것이다.


 

 • 한 끼가 사치가 된 외식   —  전체 물가보다 더 아픈 체감, 해법은 있나


 

‘점심은 웬만하면 회사 근처에서 해결했는데, 요즘은 메뉴판 보는 순간 겁이 납니다. 1만 원으로는 선택지가 거의 없어요.’  

서울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김모(34) 씨는 최근 도시락·편의점·구내식당으로 동선을 바꿨다. 외식비가 무섭게 오르면서 외식이 일상에서 결심의 영역으로 넘어갔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통계로 보면 외식은 전체 물가보다  더 빨리 올랐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2.3%로 2%대 흐름을 이어갔다.  겉으로는 물가가 안정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먹거리 체감은 다르다. 

같은 발표에서 식료품·비주류음료는 3.6%, 그리고 외식이 포함된 음식 및 숙박은 3.0% 상승했다.  생활물가지수(체감물가 성격)도 2.8% 올라, 장바구니와 밥상 물가가 여전히 강하게 압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전체 물가(2.3%)보다 먹거리·외식 관련 항목이 더 빠르게 오르는 구조다. 가계가 덜 살 수 없는 품목에서 상승률이 높으면 체감 부담은 실제 수치 이상으로 커진다. 특히 직장인 점심, 학생 간편식, 1인 가구의 배달·분식 소비가 많은 도심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런치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더 자연스럽다.


 

소비자들은 횟수부터 줄였다  — 외식은 주 1회로
 

소비 패턴의 변화는 현장에서 즉각 드러난다.

경기 부천에 사는 이모(41) 씨는 가족 외식 빈도를 줄였다. ‘아이들 좋아하는 메뉴가 대부분 4인 기준, 6만 ~ 8만 원이 훌쩍 넘어가요. 외식은 한 달에 두 세 번에서 한 번으로 줄였고, 대신 마트에서 반조리 제품을 더 사게 됐죠.’

대학생 박모(22) 씨는 ‘카페도 분식도 가격이 올라서 학교 근처에서는 한 곳만 가게 된다’고 했다. 외식 물가가 오를수록 소비자는 메뉴 선택이 아니라 외식 자체를 할지 부터  재계산한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도 있다. 

(1) 외식을 줄이면서 대체재(편의식·가공식품·배달 할인 경쟁) 쪽으로 쏠림이 생기고

(2) 자영업 매출은 더 불안정해지며

 (3) 결국 음식점은 가격을 올리거나 양과 품질을 조정하는 방식(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으로 버티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왜 이렇게 올랐나  — 원가·인건비·임대료의 3중 압력
 

외식 물가 상승의 배경은 단순히 식재료가 비싸기 때문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업계가 말하는 핵심은 원가(식재료)·인건비·임대료의 동시 압박이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재료비와 인건비 상승이 버겁다는 호소와 함께 음식점 폐업이 늘어나는 흐름이 보도돼 왔다. 
 

외식산업 전문가들 역시 2025년 시장을 비용 상승과 수요 둔화가 동시에 오는 어려운 국면으로 진단한다.  손님 입장에서는 가격이 부담이고, 업주 입장에서는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손익이 무너지는 구조다. 

여기에 환율·에너지·물류 비용 같은 거시 변수도 외식 원가에 간접적으로 스며든다. 물가가 2%대로 내려와도 체감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이유다.

 

또 하나의 변수는 기대 인플레이션이다. 소비자들이 향후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 예상하면, 기업은 비용 전가(가격 인상)를 더 쉽게 선택한다. 2025년 12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이 2.6%로 제시된 점은 이런 심리를 뒷받침한다. 


 

외식은 서비스물가m — 한 번 오르면 잘 안 내려온다

 

경제학적으로 외식비는 대표적인 서비스 물가다. 상품(공산품)처럼 국제 가격이 떨어졌다고 즉각 내리기 어렵고, 임금·임대료처럼 하방 경직성이 큰 비용이 가격에 박혀 있다.

 이번 통계에서도 서비스 물가가 전년동월 대비 2.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다.  결국 외식비는 경기나 국제 원자재 가격이 잠시 진정돼도 가격이 높은 수준에서 고착될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들이 오르는 속도보다 내려오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느끼는 지점이다.


 

 가격 통제보다 비용 구조 완화와  경쟁 촉진이 해법
 

전문가들은 외식비를 직접 누르는 방식(일괄 가격 통제)은 지속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대신 다음의 처방이 현실적이라고 말한다.

 

  1. 첫째, 임대료·수수료·에너지 비용의 고정비 완화
    외식업은 변동비도 크지만 매달 빠져나가는 고정비가 사업 지속을 좌우한다. 지역 상권 단위의 임대료 안정 장치, 영세 자영업자 대상 에너지 비용 지원, 카드수수료 부담 완화 같은 고정비 절감이 효과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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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둘째, 원가 투명성과 공동구매 인프라 확대
    소규모 점포가 각자 구매하면 원가 협상력이 약하다. 식자재 공동구매, 표준 계약, 지역 단위 물류망을 키우면 원가 상승분의 전가 압력이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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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셋째, 메뉴·인력 운영의 생산성 혁신(디지털 전환)
    키오스크·예약·재고관리 등은 단순히 기계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회전율·폐기율을 낮추는 생산성 투자다. 단, 디지털 소외(고령층 접근성) 문제를 함께 보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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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넷째, 소비자 보호 - 용량·원산지·가격 표시로 신뢰 강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더라도 양 축소·원재료 변경이 불투명하게 이뤄지면 불신이 커진다. 표시제 준수와 단속은 시장 신뢰를 높여 장기적으로 비용을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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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다섯째, 가계 측면 - 외식 절약 = 품질 포기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함
    가성비 중심의 선택이 늘수록 영양 불균형이나 과도한 가공식품 의존이 커질 수 있다. 지자체·학교·직장 단위의 건강한 급식·공공식당 모델을 확장하면 체감 부담을 낮추면서 건강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외식이 겁나는 사회를 넘어 지속가능한 가격 유지
 

2025년 12월 기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3%)은 진정되는 듯 보이지만 음식 관련 항목은 여전히 더 높게 움직이며 가계의 체감을 흔든다.  외식은 생활의 작은 즐거움이자 사회적 연결의 장이다. 그 외식이 두려운 지출이 되는 순간 소비는 위축되고 자영업은 더 불안정해진다.
 

해답은 하나가 아니다. 비용 구조를 완화하는 정책, 업계의 생산성 혁신, 시장 신뢰를 높이는 소비자 보호가 함께 가야 한다. 

‘오늘은 밖에서 먹자’라는 말이 다시 가볍게 들리려면 가격을 둘러싼 책임이 소비자에게만 전가되지 않는 구조적 처방이 필요하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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